北 귀순남성 "군 초소로 귀순하면 북송할 것으로 생각"
2019년 북송 사례 있어…정부 "남측 잔류 의사 여부 중요"

6시간 동안 수영을 하며 귀순을 감행한 북한 남성이 남측에 도달한 후 군 초소를 피해 숲을 향한 것이 '북송'의 우려 때문이었다는 군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월남자에게 대공 용의점이 없고 남측 잔류 의사가 있다면 '귀순'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매뉴얼로 알려지지만,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북한 남성이 귀순 과정에서 우리 군을 피해 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날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 남성이 강원도 고성 육군 22사단의 경계망을 뚫고 귀순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을 피해 다닌 것과 관련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사자가) 군 초소에 들어가 귀순하면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민가로 가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군이 무장을 하니 총에 맞을 수도 있고…"라고 말하면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귀순 남성이 우리 군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서 장관의 발언은 월남을 시도한 북한 주민들이 우리 정부 또는 군 당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인식이 다수 북한 주민들에게 퍼진다면 처음부터 탈북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9년 11월 대표적인 북송 사건이 북한 주민들이 귀순 의사가 있더라도 북송될 여지가 있지가 있음을 보여줬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지난 2019년 11월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북한 어민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북송을 강행했다. 

당시 인권단체들은 정부의 북송 결정에 대해 '반인권적 조치'라고 비판했으며,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에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해 정부가 발빠르게 북송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정당한 북송 사례였음을 지금까지도 강조한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달 인사청문회에서 "북송된 선원 2명은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흉악범"이라며 "이들의 귀순 의사도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도하에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영 귀순을 감행한 북한 남성이 군 초소를 향하지 않고, 숲으로 향한 또다른 이유로는 북한 주민들이 정보 접근 부분에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탈북 후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나 거짓 정보를 심어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탈북자를 '변절자'로 치부하는 북한 당국이 일종의 사상교육을 주입했을 가능성이다.

군 관계자는 전날 "왜 검문소에 (북한 남성이)귀순의사를 밝히지 않았느냐. 확답은 할 수 없지만 북한이 주민들에게 '남으로 넘어가면 (우리 군에) 사살을 당한다'는 것으로 교육해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면서 "야간에 왔을 때 혹시라도 사살당하지 않을까 해서 (군 초소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이와는 다르게 우리 정부 당국은 북한 주민이 남측에 도달했을 때 그의 추후 거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등 유관기관은 북측에서 넘어온 이들에 대해 정부 매뉴얼에 따라 합동심문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들이 발견된 장소가 육상이든, 해상이든 관계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정부가 합동심문 과정에서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은 이들이 남측 남아있을지, 북한으로 돌아갈지에 대해 어떠한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다. 탈북자가 일관되게 귀순 의사를 표명할 경우 정착 지원 과정을 거쳐 우리 국민이 될 수 있으며, 북측으로 북측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경우 북으로 송환될 수 있다. 만약 후자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북측과의 연락채널을 통해 인계 조치를 취하게 된다.

결국 월남자의 귀순 또는 북송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는 그가 어디에서 발견됐는지 여부보다 그의 의사가 더 중요하다고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를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매뉴얼에 따르면, 귀순 의사가 확인되는 경우 대공 용의점만 없으면 귀순을 받아들어야 한다"면서 2019년 탈북 선원들이 북송된 것과 관련해 비판한 바 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