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구축 위한 물품 등 제재 위반 여부 검토해야
경협사업은 남북합의·국제사회 동의·국민 공감대 중요

사진은 지난 1999년 12월 경수로 공급협정 체결 후 2002년 8월 첫 콘크리트 타설 및 원자로건물 외벽공사 등이 진행됐던 1호기 모습. (KEDO 홈페이지 캡쳐) 2021.2.1/뉴스1
사진은 지난 1999년 12월 경수로 공급협정 체결 후 2002년 8월 첫 콘크리트 타설 및 원자로건물 외벽공사 등이 진행됐던 1호기 모습. (KEDO 홈페이지 캡쳐) 2021.2.1/뉴스1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건넨 USB 속에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내용이 포함됐는지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센 가운데, USB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신재생에너지 구축 사업은 가능할 지 여부가 관심을 끈다.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직접 나서 USB에는 원전 건설 관련 구상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논란 진압에 나섰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 △낙후된 북한 수력·화력 발전소의 재보수 △몽골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수퍼그리드망 확충 등의 구상은 담겨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구상으로 밝힌 이 세 가지 부문 남북 경제협력은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北과 신재생에너지·수력 발전 재보수…실현 가능할까

지난 2일 정 후보자의 언급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낙후된 북한 수력·화력 발전소의 재보수, 동북아 지역 수퍼그리드망 확충 등에 대한 내용이 USB에 포함돼 있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4일 지금까지 이 세가지와 관련한 남북 경협은 진행된 바 없다고 확인했다. 다만 남북 간 합의가 이뤄지고 정책 구체화가 이뤄지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한의 풍력‧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는 남한에 비해 풍부하다. 2019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남북 신재생에너지 협력방안 수립' 관련 보고에서는 북한의 연간 태양에너지 잠재량은 남한보다 약 4배나 높으며, 풍력에너지 잠재량도 다소 높다.

하지만 북한의 에너지 저장 또는 활용을 위한 시설과 기반은 취약하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협력을 위해서는 발전기와 가동을 위한 물품을 북한으로 옮겨야한다.

이러한 물품은 대부분 민감 물자나 이중용도 품목으로 구분될 수 있어 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 2397호는 모든 산업용 기계류의 대북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단천버섯공장에서 구축한 태양빛 발전체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함경남도 단천시 버섯공장 사진을 공개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단천버섯공장에서 구축한 태양빛 발전체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함경남도 단천시 버섯공장 사진을 공개했다.

제재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있는 화력이나 수력·화력 발전소를 재보수하는 부품도 조달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또 유엔 제재뿐만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독자 제재에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정 후보자는 이러한 구상에 대해 미국도 충분히 알고 있으며 "미국이 충분히 수긍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독자 제재의 예외를 둘 수 있는 부분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으로 읽힌다.

다만 미측은 '비핵화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북측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동북아 지역에 전력망, 석유·가스 수송망, 철도·도로 등을 통합해 종합에너지의 연계망과 관리 체제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상은 비용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초기 실현 단계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수퍼그리드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국민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사업' 등은 제재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기존에 진행 중이던 북·중 간 수력 발전 인프라 사업이 제재의 예외로 봤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전력이 빠져 있어 송전은 제재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송전선 구축 등에 대한 문제는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다.

◇구상에도 담기지 못한 원전 개발…정의용이 꼽은 5가지 조건 주목

신재생에너지나 수력·화력발전소 재보수, 수퍼그리드 확충의 구상이 갖는 모든 문제는 대부분 원전 개발을 검토할 때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원전 개발은 제약들이 더 추가된다.

정 후보자가 지난 2일 북한 원전 건설이 불가한 조건으로 △비핵화 협상 마무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세이프가드 협정 체결 △북한과 원전 제공 국가 간 원자력 협력 협정 체결 등 5가지를 꼽았다.

국제사회는 NPT를 통해 원자력을 평화적 용도로만 이용하도록 하면서 원전 기술·물질 등의 이전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91개국이 NPT에 포함돼 있지만, 북한은 1985년 가입한 후 2003년 1월 탈퇴를 선언했다. 1994년 제네바합의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수로 원자력발전소를 받기로 했지만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문제로 사실상 파기된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원전을 보유하려면 NPT에 재가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핵무기를 포기해야 하지만, 이후 IAEA의 핵사찰이 이뤄지지 않고는 원전 건설은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정 후보자도 북한의 NPT 복귀, IAEA 협정을 체결을 조건으로 꼽았다.

또 원전 원천기술을 갖는 국가와 북한이 협정도 체결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고 있어, 미국의 허락이 있어야만 다른나라에 기술을 수출하거나 이전이 가능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함경남도의 수력발전소에서 전력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같은 동향이 제8차 당 대회 결과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장진강발전소의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함경남도의 수력발전소에서 전력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같은 동향이 제8차 당 대회 결과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장진강발전소의 모습.

이러한 외교적 제약 외에도 원전 안전성 문제도 북한 지역 원전 설립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원전은 사고시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 원전을 건설시 안전성 평가는 필수다.

이를테면 북한 내 지반의 강도, 지진 취약성 등 지질학적 안전성의 확인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를 북한 당국이 허가할지도 미지수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 당국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원전을 개발할 경우 기술을 군사적으로 사용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떤 에너지 분야든 남북 합의가 이뤄진 후 국제 사회의 동의, 국민적 공감대 생성 등을 거쳐 정책이 구현되는 것으로, 단순하게 정책 구상과 추진을 연결 짓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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