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원전
월성 1호기 원전

최근 월성 1호기 원전(原電) 관련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원전 관련 530건 목록 중에 '북한 원전 건설' 문건이 다수 포함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보수 야권과 일부 국민들은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면서 북한엔 원전 건설을 추진하려는 이율배반적인 계획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공세를 펴고 있고, 여권과 관계 당국은 문건 내용을 부인하거나 반박하면서 맞서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까지 나서 야당 지도부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때아닌 '북풍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2019년 12월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기간에 산업부가 삭제한 내부 문건 444건 중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10여 건이 포함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당시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진행 중이던 작년 12월 2일 산업부 원전 담당자들의 PC를 압수해 그 안에 저장된 문서 파일 444건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이 중 324건을 복원해 이 중에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관련 보고서를 10여 건 발견했다. 보고서는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 협력 방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업무 경험 전문가 목록’ 등의 제목이 붙은 10여 건으로 알려졌다. KEDO는 한국과 미국·일본이 1995년 설립한 기구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전력 공급용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 기구다.

그런데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이 작성된 2018년 5월 초·중순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차 남북 정상회담(4월 27일) 직후이자, 2차 남북 정상회담(5월 26일) 직전이었다.

현 정부의 1·2차 남북 정상회담 사이에 산업부가 북한 지역 원전 건설 관련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만들고, 북한 경수로 지원 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까지 물색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신규 원전 건설은 없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도 없다”는 탈원전 공약을 여러 차례 밝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며 “새 원전 건설은 없다”고 했으나, 북한에는 원전을 새로 건설해주는 방안을 비밀리에 검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국민 몰래 추진했던 대북 퍼주기 사업들.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라는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

이에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남북정상회담의 실무를 담당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2019년 12월 23일 페이스북에서 "2018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참여했지만, 북한 원전 건설은 난생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남북정상회담 어느 순간에도 원전의 '원'자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워낙 소설 같은 이야기라 대꾸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국민의힘에서 판을 키워볼까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아 한 말쯤 드린다"며 "제발 헛다리 짚지 말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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