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유증 관련 안건 통과됐지만…국민연금 반대 부딪혀
주주가치 훼손, KCGI 주장과 같은맥락…향후 불씨 될 수 있어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관련 안건 통과로 '항공빅딜'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섰다. 다만 국민연금의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딪히며 국적 항공사 통합이라는 명분에 또 타격을 입었다. 잡음이 많아지면서 남은 난관들에서도 불씨를 남겼다.

대한항공은 6일 오전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정관변경안을 참석주주 69.98%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오는 3월로 예정된 2조5000억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전날 예상치못한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으로 긴장감이 높았던 만큼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전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결정한 대로 이번 정관변경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역가입자, 근로자, 사용자 측에서 각각 3인씩 구성돼 국민연금 납부자를 대표한다.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정부 차원에서 결정한 이번 항공사 통합이 2200만여명에 달하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고 제동을 건 모양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임시주총 안건 반대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 없이 인수를 결정한 점, 아시아나항공의 귀책 사유를 계약 해지 사유로 규정하지 않아 계약 내용이 대한항공에 불리할 수 있는 점 등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국적 항공사 통합에 절차 상의 문제가 있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단 의미다. 이는 한진칼의 산업은행에 대한 제3자 유상증자를 반대한 행동주의펀드 KCGI측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당시 한진칼은 경영상 필요성이 없는 신주 발행이 한진칼 주주들의 실질적인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항공사 통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긴급하게 추진하다보니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기존 주주들이 이익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느낄만한 절차 상의 문제점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주의 관점에선 KCGI나 국민연금의 문제제기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남은 과정에서 KCGI 측이 주주가치를 내세워 산업은행을 더 압박할 여지도 남아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3인을 추천하게 된다. 산은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KCGI측은 산은의 중립성에 의문을 던지며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KCGI 측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은 기각됐지만 아직 본안 소송 카드도 버리진 않았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달 22일 한 인터뷰에 "산업은행의 중립성(문제)은 제가 얘기 안 해도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의심이 눈으로 확인되는 것은 내년 3월 주주총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넘어야할 남은 과제도 아직 남아있는 만큼 계속해서 잡음이 발생하는 건 부담스럽다. 산은의 대화 요청을 거부했던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산은 측과 만났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 심사 역시 쉽사리 장담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는 통과한다해도 해외 경쟁당국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한다면 진통이 불가피하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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