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자연)의 본질 독창적 '결'로 표현…에술사 신(新) 창작
'결의빛' 새지평 열어…국내 이어 세계 화랑들 전시요청 쇄도

[도판1] 무제(‘결의 빛’) 333.3x218.2cm. Mixed media(고령토, 석채). 2020
[도판1] 무제(‘결의 빛’) 333.3x218.2cm. Mixed media(고령토, 석채). 2020

60년 화업(畵業)을 치열하게 이어온 박종용 화백의 ‘결의 예술’이 기존에 없는 독창성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박 화백의 ‘결’ 작품은 지난해 1월 서울 예술의전당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며 국내외 미술계와 갤러리의 주목을 받은데 이어, 그해  3월 KBS 전시와 특집 방송을 통해 그의 예술적 삶과 독창적 작품세계가 폭넓게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화랑들의 전시 요청이 쇄도했다. 

박 화백을 잘 알고 있는 일본화랑들이 가장 먼저 전시 요청을 해왔고,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거쳐간 뉴욕의 한 유명 갤러리는 직접 박 화백을 초청해 내년 하반기 전시를 확정했다. 프랑스 파리 소재 갤러리는 직접 촬영팀을 보내 박 화백의 예술 작업을 카메라에 담고 내년 하반기에 전시를 갖기로 했다. 

박 화백의 ‘결의 예술’은 8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60년 화업 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삶과 예술적 열정의 산물이다. 

박 화백은 각종 회화(동·서양화, 불화, 민화 등), 조각, 도자 등 모든 장르의 예술을 망라하며 당대 거장들로부터 필력을 인정받았지만 자신의 혼이 담긴 작품들이 세월과 함께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2000년 초부터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생명예술을 탐구했다.

박 화백은 추상작업을 통해 미술의 본질에 다가갔으며, 2005년 무렵 자연의 이치이자 만물의 본질인 '결'에서 영원한 예술의 길을 찾았다.

결은 세상 만물이 태어나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만들어진 결과로 그 물체의 역사 자체이며, 세상 만물은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지니고 있다. 박 화백은 결이라는 조형적 언어로 자연과 우주의 본질(진실)을 표현한다.

박 화백의 추상회화는 ‘점’으로 시작되고 우주의 환원처럼 점으로 마무리된다. 그는 자연의 ‘결’을 형상화하는데 흙을 곱게 걸러내 아교와 섞어 캔버스나 마대 위에 점을 찍어 화면을 채워나간다. 

박 화백의 추상회화 ‘결’은 초기 ‘순정(純正)결’(도판2)에서 10여 년을 거쳐오며 다양한 양식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도판2] 162.2x130.3cm. Mixed media(고령토, 석채). 2018
[도판2] 162.2x130.3cm. Mixed media(고령토, 석채). 2018

‘결’ 회화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순정결’은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형태의 시작인 ‘점’으로 배열과 구성으로서 시간과 공간, 우주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맞물리는 형이상적 정신적 에너지와 자연과의 합일 등을 작품 안에 녹여낸다. 자연적 재료인 흙과 돌 등이 '물성'으로 작품에 그대로 구현되는 점도 독창적이다.   

이런 면에서 박 화백의 '순정결'은 한국 추상미술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신사실파나 가장 한국적 회화로 평가받는 단색화와 유사하면서도 차별화된다.  

평론가들은 박 화백의 '순정결'이 1910년대 초 짧게 등장했지만 현대 추상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회화나 그의 영향을 받아 미국 추상회화의 신기원을 이룬 라인하르트 작품 세계와도 맞닿아 있다고 평한다.

박준아 평론가는 "말레비치가 ‘절대’라고 선언한 ‘자연을 초월한 순수한 감각’을 표현한 단순한 형태와 무채색의 화면은 박 화백이 말하고자 하는 자연의 본질에 대한 순수한 감각의 표현인 결과 유사성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말레비치의 ‘절대’적 표현이 자연을 초월한 정신체의 발현이라는 현상계 자연과 비가시적 이데아라는 서양의 전통적 이분법적인 시각에 의한 것이라면, 박 화백은 ‘자연’을 정신이라는 형이상학적 가치를 아우르는 것으로 보았다는 동서양의 자연에 대한 인식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말레비치는 그 자체의 형상만이 큰 상징성을 갖는 것에 그치지만, 박 화백의 ‘결’시리즈는 형상을 넘어서 작품의 재료사용에서도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인하르트는 1950-1970년대 미국 문화문명의 파국적 양태에 절망해 동양의 사상, 정신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블랙페인팅으로 대표되는 그의 예술은 선(禪)적인 적멸(寂滅)의 경지를 시각적으로 효과적으로 구현해 냈는데 박 화백의 추상회화에 담긴 동양적 정신성과 시각적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박 화백이 색점으로 형상화한 ‘색채(오방)결’(도판5)은 한국의 전통 색상이자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각 기운과 직결된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다섯 가지 기본색(오방색)으로 작품화한 것으로 심오한 우주(자연)의 원리를 담고 있다.

[도판3] 무제(‘결’) 259.1x193.9cm. Mixed media(고령토, 석채). 2020
[도판3] 무제(‘결’) 259.1x193.9cm. Mixed media(고령토, 석채). 2020

‘운행(공전)결’(도판3)은 우주의 본원(本源)을 풀어내려는 조형 의지가 발현된 작품으로 기존 ‘결’이 비약적으로 전변(발전)된 ‘순정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박 화백은 ‘운행(공전)결’에 대해 “순정한 결에서 색채(주로 오방색)결 등, 다양한 결들을 창작해 나가는 과정에서 독보적인 결의 창작에 고심한 결과 우주의 생성과 이치를 공전(운행)으로 표현하는 결’을 창작했다”며 “이 작품은 ‘결의 빛’과 더불어 나의 ‘결’ 예술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앞으로 다양한 ‘운행(공전)결’들을 창작해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말한다.

박 화백은 최근 결을 빛의 예술로 승화시킨 ‘결의 빛’ (도판1, 도판4) 창작으로 또다시 국내외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도판4] 무제(‘결의 빛’) 259.1x193.9cm. Mixed media(고령토, 석채). 2020
[도판4] 무제(‘결의 빛’) 259.1x193.9cm. Mixed media(고령토, 석채). 2020

박 화백은 “2015년 겨울부터 결들이 조금씩 모양을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결의 향연’을 빛(생명)의 예술로 승화시켜 예술 역사에 남기고자 하는 의지가 나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다”며 ‘결의 빛’창조 연원을 밝힌 바 있다.

‘결의 빛’ 은 빛의 강도 및 굴절의 방향 등에 따라 시간차이별로 음영이 무려 8가지 정도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특히, 수많은 점들이 빚어내는 ‘결의 빛’ 창작과정에서 통상 8번에 걸쳐 (덧)칠하는 과정에 수많은 점들은 응집·확산하면서 빛의 예술로 변화한다.

이렇듯 빛의 강도와 굴절 등에 따른 명암 등을 관찰하고, 도면을 작성하는 등 여러 (예술)실험을 거쳐 창작된 ‘빛의 결’은 실험 및 기법 활용 등에서 세계예술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색채(오방)결’을 배경으로 한 박종용 화백
‘색채(오방)결’을 배경으로 한 박종용 화백

박 화백은 앞으로 다양한 각종 ‘결’ 및 ‘결의 빛’ 작업과 함께 ‘입체(조각)결’ 창작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내년 봄 ‘결’의 전용전시관을 통한 박 화백의 예술세계는 국내·외적으로 새롭게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소연 기자 p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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