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CGI 가처분신청 기각…산은·조원태 손 들어줘
양사 직원 설득·국내외 독과점 심사 남아 있어 주목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의 아시아나 항공기 모습. 뉴스1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의 아시아나 항공기 모습. 뉴스1

세계 7위 수준 항공사로 도약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이 첫번째이자 최대 고비를 넘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사모펀드 KCGI 측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투자할 수 있게 됐고 국내 1, 2위 항공사의 통합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1일 KCGI 산하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항공산업 재편이라는 경영상 목적이라는 산은과 조원태 회장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있어서 최대 걸림돌이 제거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국책은행인 산은이 한진칼에 8000억원(제3자배정 유상증자 5000억원, 교환사채 3000억원)을 투입한다. 산은의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 5000억원 주금 납입일은 오는 2일이다. 

한진칼은 이 자금으로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유상증자 중 7300억원을 넣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신주 1조5000억원, 영구채 30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63.9%)로 올라서게 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하나로 통합하는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며 "연내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종 통합 단계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직원들의 반발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노조에 대화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산은의 투자 실행과 향후 통합 과정에서 고용안정과 관련한 이해관계자인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산은과 한진그룹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양사 직원들의 불안감을 가시지 않고 있다. 

양사의 통합이 발표된 직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 일방적인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런 배경이다. 다만 그 이후 대한항공 노조는 양사의 합병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아시아나항공 노조 역시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상태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은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 당장 두 회사가 통합하면 노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승무원 인력 등이 정리대상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 통합 항공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아시아나항공은 중·단거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돼 직원들의 불만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독과점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자회사까지 합치면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대한항공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여기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비용항공사(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62.5%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에서 인수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공정위가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과의 결합은 경쟁 제한성이 있더라도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항사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항공사의 상황을 고려해 국내 점유율이 50%를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독과점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혈세로 재벌에게 특혜를 준다는 여론도 불식시켜야 할 과제다. 산은은 이동걸 회장이 직접 나서 이번 빅딜을 둘러싸고 제기된 일명 '백기사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는데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다. 산은과 정부는 앞으로도 항공산업의 조기 정상화, 고용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양사의 통합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힐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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