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칼에 8천억원 투입…조원태 회장 측 '백기사'로
업계·산은 시너지 효과 기대…아시아나 정상화 명분도

대한항공이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빅딜’이 성사될시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이번 결단은 국적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안정화하면서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까지 살리는 '양수겸장’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2조5000억원 규모 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빅딜은 산업은행이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5000억원)과 교환사채(3000억원)를 통해 한진칼에 총 8000억원을 투입하고, 한진칼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7300억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대한항공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신주 및 영구전환사채 3000억원, 계약금 3000억원에 충당할 예정이다. 

이 경우 산업은행은 3자연합(46.71%)과 조원태 회장 측(42.39%)에 이어 한진칼의 3대 주주에 오르게 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 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 경영권 분쟁 구도는 확연히 달라진다.

국적 1·2위 항공사 재편에 참여한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경영체제 안정이 중요한 만큼 조 회장 측의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이 산업은행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면 50%를 훌쩍 넘는 지분율을 보유하게 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상태가 된다.

현재 기준으론 조원태 회장 측 지분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42.39% 수준이고 3자연합 측 지분은 46.71%으로 조 회장 측 지분을 앞선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3자 연합 측은 '산업은행이 주주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추진되면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일가를 밀어주는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러 대응 방안 중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선 항공길이 언제 정상화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노선 효율화 작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은행도 이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2조4000억원을 투입한 아시아나항공을 결국엔 정상화했다는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자 연합이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3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소송도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이는 등 풀어야할 숙제가 상당하지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방안이 국적 1·2위 항공사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며 “조 회장 입장에서도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