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강대강' 대치 속 '게이트' '가짜뉴스' 횡횡
공공의료 확대인가, 기득권 유지 반발인가
특정 세력·지역 특혜 사실 아냐…정원확대엔 시각차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하는 핵심 지점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이다. 

전공의 등 미래 의사들뿐 아니라 현재 의료계에 몸담고 있지 않은 국민들 사이에 공공의대에 다양한 견해가 분출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난무하고 ’가짜뉴스‘까지 황횡하는가 하면, 공공의대 논란이 ‘게이트’란 이름으로 청와대 청원에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보건복지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해명에 나섰지만 관련 의혹들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의료계의 주장과 젱점이 되고 있는 주요 사안들을 팩트체크했다.

​8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8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공공의대생 선발은 ‘현대판 음서제’ 인가 

논란이 된 공공의대는 2023년 개교를 목표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국립교육기관이다. 국가나 의료취약지에 꼭 필요한 필수보건의료인력을 기존 의대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가 직접 양성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18년 10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공개했다. 이 대책에는 공공의대 설립 등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복지부의 추진과제가 담겨있다.

대책 중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역량 제고 부분에 "시·도지사 추천에 의해 해당 지역 출신자를 선발하고, 해당 지역에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지역 의료에 대한 사명감 을 고취한다"는 문구가 있다.

공공의대가 갑자기 이목을 끌게 된 이유는, 시·도 지사나 시민사회단체가 입학생 선발권을 가져 해당 자녀들이 특혜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다.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방안 중 ‘시·도별로 학생을 일정 비율 배분해 선발한다’는 내용과 기존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공중보건장학제도’에 대한 설명이 뒤섞이면서 ‘시·도 지사 추천 논란’이 먼저 불거졌다.

이어 지난 24일 복지부가 ‘시·도 지사 개인 권한으로 특정인을 추천할 수 없다’고 해명하기 위해 제작한 카드뉴스가 논란을 더 키웠다.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 시·도 추천위를 구성해 각 시·도에 배정된 인원의 2~3배수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발해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란 표현 때문이었다.

대전협 소속 전공의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공공의대를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는 모습.(사진=대전협)
대전협 소속 전공의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공공의대를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는 모습.(사진=대전협)

이를 빌미로 의사단체들은 ‘시민단체 추천으로 의대를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31일 “엉터리 가짜 증명서, 추천서로 의대에 입학시킨다면 우리나라 의료계는 돌팔이 천지가 될 것”이라며 가세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실제 공공의대 학생 선발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며, 이후 선발 과정이 정해지더라도 시·도지사 개인의 일방적인 추천으로 입학이 결정될 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학생 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정성이며,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들도 공정성에 입각해 구성되면 좋겠다는 방안이 제시된 것이고 시민단체는 그런 맥락에서 예시로 나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정부와 협의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공의대법에는 시·도 지사, 시민단체 선발권 관련 언급이 아예 없다.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선발 등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타장하지 않다. 더구나 지자체장과 시민단체의 추천으로 입학하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공공의대 졸업하면 서울대병원 우선 채용하나 

공공의대를 졸업하면 서울대병원에서 우선 수련받고 채용될 기회를 얻는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는 공공의대법안에 석사학위 취득 뒤 의료면허를 부여받고 의무복무 기간(10년)을 채우면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우선 채용할 수 있게 한 조항을 문제 삼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지난 6월 말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지난 6월 말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하지만 공공보건의료기관에는 서울대병원과 같은 국립대병원만 있는 게 아니라 보건소, 지방의료원 등도 포함된다. 공공의대를 졸업하면 서울대병원에 우선 채용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남원 등 특정지역에 유리하게 추진되나

일각에선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른바 지역감정을 이용해 철저히 정치적이며 전략적인 의도가 담겨있다고 주장한다. 

전라도 목포, 남원 지역에 공공의대 설립이 논의되며 지역감정 등 정치적인 의도가 내포됐다는 것이다. 특히 전북 남원이 공공의대를 세울 토지 일부를 보상하는 등 이미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정부는 남원시의 희망사항이 깃든 ‘잰걸음’이라고 설명한다. “공공의대를 바라는 지역에서는 법이 통과되면 빨리 설립하기 위해 (토지 마련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원시는 서남대가 폐교된 2018년 2월부터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왔다.

정부의 잇단 해명에도 ‘가짜뉴스’가 끊이지 않자 복지부는 “정부가 전라도 등 특정 지역 학생을 중심으로 입학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면서 “아직 관련 법률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 발의는 이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논의 시작조차 안 한 법안 내용이 마치 전부 결정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있는 공공의료대학원 관련 법률(안)은 의료취약지의 시·도별 분포, 공공보건의료기관 수 및 필요한 공공의료 인력수를 고려하여 시·도별 선발 비율(인원 수)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돼있다. 공공의대를 특정 지역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설립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복지부는 “졸업자들은 자기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에서 전공의·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10년간 의무복무하게 된다”며 “의료자원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 졸업생들이 배정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공공의대로 의사수 증가, 인구감소로 현재 의사로 충분?

파업을 강행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사단체 일각의 대표적 주장 중 하나는 ‘의사수 증가율’이다.

                                             연평균 인구 당 의사 증가율 추이(2004-2017년)

자료 : states.oecd.org.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자료 : states.oecd.org.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의사단체들은 의사 수가 부족해 의대 정원 확충을 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의사 수 증가율이 OECD 평균 증가율보다 3배에 달한다며 의사 확충을 하지 않아도 의사 수가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증가율은 불변의 수치가 아니라 계속 감소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의 ‘연평균 인구 당 의사 증가율 추이(2005~2017년)’ 자료에 따르면 3배 차이가 난 건 과거 어느 특정 시점이었을 뿐 최근엔 오히려 OECD 평균 증가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또 ‘증가율’ 자체는 기존 인원이 적을수록 높게 나타나 역으로 당시 의사 수가 매우 적었다는 것을 반증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OECD 평균 증가율이 줄지 않은 것은 OECD 국가들이 의대 졸업자 수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OECD의 ‘국가 의대 졸업자 수의 변화 추이(2000~2017년)’ 자료에 따르면 호주의 2017년 의대 졸업자 수는 2000년에 비해 2.7배, 아일랜드는 2.2배, 네덜란드는 1.9배, 캐나다 1.8배, 스페인 1.6배 등으로 이른다. 

반면 한국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의사단체 요구로 2006년까지 의대 정원의 약 10%를 감축했고 그 이후 동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 2007년만 해도 인구 10만명 당 의대 졸업자 수는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7년에는 58%에 불과해 OECD 최저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임상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도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못 미친다.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인력 격차도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6.27명인데, 강원 정선·철원 등 9개 지역에서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채 1명이 되지 않는다.

의사 수 증가와 관련 복지부는 “공공의대의 정확한 명칭은 ‘공공의료대학원’”이라며 “기존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감염·외상·분만 등 필수 의료분야에 근무할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으로 공공의료대학원이 설립되더라도 의사 수는 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의사단체들은 향후 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의사 수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지금보다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2050년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예측된다. 2018년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14%였지만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40%를 썼다. 노인 1인당 평균진료비는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1인당 진료비의 3배에 달한다. 

전체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노인층 비율이 높아지면 의료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진료 건수 1위, 의료 접근성 높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정부의 전제부터 틀렸다고 주장한다. 의협이 자체적으로 국토 면적당 활동 의사 수를 계산해 산출한 ‘의사밀도’에 따르면, 한국의 의사밀도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아 의사 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의사단체들은 2017년 기준 한국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OECD 국가 중 1위(16.6회, OECD 평균은 6.8회)로 이미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서,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과잉만 불러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의사 진료 건수가 많다고 해서 의료 접근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OECD가 해당 통계를 발표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진료 건수가 많은 이유는 ‘행위별 수가제’ 때문으로 의사들이 과잉의료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할 때마다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하여 진료비를 산정하는 제도로, 과잉진료와 의료비 급증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다. 

OECD에서 의료 접근성 항목으로 삼고 있는 것은 외래진료 건수가 아니라 경제적 접근성이다. WHO 자료에 따르면, 가처분 소득의 40% 이상을 의료비로 쓰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가구’가 미국보다 많다. 저소득층일수록 의료 장벽이 높은 것이다. 의사단체의 ‘의료비도 싸다’는 주장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 

◇지역 의료 공백 심각...서울과 경북 무려 22배 격차

지역의 경우 의료 접근성이 턱없이 낮다. 서울 종로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6.27명인데 반해 경북 영양은 0.72명으로 무려 22배 차이가 난다. 강원도는 인구 1000명당 의사가 1명이 채 되지 않는 시군구가 18개 중 9개나 된다. 

        <2015년 기준, 치료 가능한 사망률 (2017년 보건의료실태조사)>

자료 : 보건복지부
자료 : 보건복지부

복지부에 따르면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2015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서울 강남구는 29.6명인데 경북 영양군은 107.8명으로 그 차이가 3.6배에 이른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서울은 10만명당 28.3명인데 경남은 45.3명이나 된다. 

응급의료기관이 전혀 없는 시·군·구가 32개에 달하며 8개 지역은 아예 동네병원 응급실조차 없다. 이러한 지역격차를 극복하고 경제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야 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의협의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암 같은 일부 중증질환이야 서울에 올라와 치료받을 수 있지만, 의료 취약지에 있는 주민들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같이 시간을 다투는 질환이 생겨도 다른 지역으로 건너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지난 6월 발표한 ‘의사 인구 적정성 연구’ 보고서도 한국이 급속한 고령사회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067년까지 의사 인력 수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의협이 주장하는 지역의사제 허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의대 정원을 증원해 지역 의료 격차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달성되려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에 정착할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핵심으로, 정부는 의사들이 지역에 남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역의사’로 육성되는 3000명은 전액 장학금을 주는 대신 졸업 후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토록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의협 등은 지역의사로 선발된 이들이 10년의 의무기간을 채우고 난 다음에는 모두 수도권으로 올라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기피 과가 아니라, 돈이 되는 피부과나 성형외과에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도 없다고 지적한다.

의사 수 증원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인 보건의료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이러한 의협의 지적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증원되는 의사들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안처럼 지역 소규모 사립의대가 아니라 국공립대학 의대 위주로 선발하고, 이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방의 공공의료기관 여건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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