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최대 실적…고 구본무 회장 20년 투자 결실

LG화학 전기배터리(사진=LG화학)
LG화학 전기배터리(사진=LG화학)

LG화학이 올해 2분기 전기차 배터리의 약진에 힘입어 전지사업부문에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2018년 4분기 반짝 흑자 이후 6분기 만에 다시 흑자를 기록했다.

LG화학의 올해 2분기에 매출 6조9352억원, 영업이익 5716억원을 달성했다고 31일 밝혔다. 전분기와 대비해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177.7%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131.5% 증가한 실적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크게 4개 사업부문을 두고 있는데, 특히 전지사업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전지사업부문은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전지사업 전체 매출 중 60%가량을 전기차 배터리에서 올렸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5% 내외로 전해진다.

LG화학은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친환경 정책 확대로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고, 북미지역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공급 등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25% 증가했다"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폴란드 공장 수율 등 생산성 개선, 원가 절감 등으로 자동차 전지 사업에서 흑자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이익 창출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생산 능력을 연간 전기차 1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100GWh로 늘릴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연간 흑자는 물론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로 이익 규모도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LG화학의 이번 전기차 배터리 실적 호조는 최근 전기차 판매 증가세로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전기차 관련 업계는 지난해 약 220만대가 판매된 전기차 판매량이 2025년이면 12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연평균 성장률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배터리 시장도 약 18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5년 약 170조원으로 예상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큰 규모이다.

LG화학은 현재 150조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기준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24.2%를 차지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LG화학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에 올라 있지만, 테슬라의 주요 공급업체인 일본의 파나소닉과 중국 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익을 내는 CATL에 비해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어 그동안 기업가치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사업만을 운영하는 CATL의 시가총액은 약 76조원이며, LG화학은 석유화학 등 다른 사업부문을 포함하고도 약 37조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만7000여 개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 미국 중국, 폴란드 등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말 생산 능력은 100GWh로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1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200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이후 LG화학은 매년 투자를 늘려 왔다. 지난해 1조1000억원의 R&D 투자 중 배터리 분야에 30% 이상을 투자했고, 지난해 시설 투자 금액만 4조원에 육박한다.

현재 LG화학은 한국의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유럽의 폭스바겐, 르노, 볼보, 아우디,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포르쉐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LG화학의 전기차 사업부문 매출을 약 9조원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약 7조원이 늘어난 16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ESS용 배터리 시장을 비롯해 소형 배터리 분야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LG화학은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매출 59조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20여년 간 집념의 투자 결실"이라며 "LG화학의 도전으로 그간 배터리 분야를 비롯해 각종 하이테크 분야에서 일본 등 선진국을 뒤따라가는 재빠른 추종자의 입장이었으나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한 선두주자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영 기자 webmaster@koreareport.co.kr

<박스>고 구본무 회장 20년 투자의 결실 

LG화학이 매출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 것과 관련해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며 배터리 투자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결실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이 본격적으로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여 년 전인 1998년이다. 구본무 회장은 당시 영국 출장에서 2차전지를 접하고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사업교환)’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SK하이닉스의 전신)에 넘기는 아픔을 겪었지만 2차전지가 반도체 못지않은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LG화학은 초기 투자 시기인 2000년부터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2차전지 연구개발(R&D)에 들어갔다. 한국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던 일본은 전기차용으로 니켈수소전지에 집중했지만 LG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시설투자만 4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전체 R&D 투자비용(1조1000억원) 중 배터리 분야에 30% 이상을 투입했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 하이닉스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 정부가 LG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구 회장은 ‘2차전지 사업과 미래 디스플레이에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다시 반도체 사업을 맡을 순 없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만7000여 개의 특허를 확보했다. 한국 미국 중국 폴란드 등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말 생산능력은 전기차 약 17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100기가와트시(G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4.2%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임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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