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포장 금지가 '묶음 할인' 자체 금지로 알려져
논란에 시행미룬 재포장 금지…5개입 라면도 규제대상 아냐

환경부가 제품의 재포장을 금지하는 규칙을 발표하자 여러개 묶은 상품을 사면 가격을 할인해 주는 판촉행위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논란이 일었다. 

결론적으로 묶음 할인판매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규칙 발표가 '판촉행위 자체'가 금지된다는 취지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큰 반발을 샀다. 이같은 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일단 제도 시행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렇다면 논란이 일은대로 애초에 일부 매체가 보도했던대로 국민 한끼로 불리는 라면 5개입 묶음 판매 할인은 정말로 금지됐던 것일까? 

◇재포장 금지가 묶음 할인 자체를 불허하는 것은 아냐 

묶음 할인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1+1' 판매다.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1+1' 행사는 제품 두 개를 들고가 하나의 가격으로 구입하는 방법이다. 

다만, 대형마트의 경우는 편의점과는 다르게 유통업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제품을 묶어 판매하는데 우유나 세제 같은 식료품과 생활용품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환경부의 규칙은 이같은 제품을 이중, 삼중으로 포장하던 유통업체의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다.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게 이번 규칙의 핵심이다. 

따라서 묶음 할인판매는 이번 규칙이 시행돼도 가능하다. 비닐로 재포장만 금지될 뿐 유통업체가 '1+1' 행사를 하고싶다면 제품 판매 코너에 설명을 통해 할인판매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재포장에 따른 한 손에 들 수 없는 불편함이 조금 더할 뿐이다. 

이는 이번 규칙에 대한 보도가 처음나오고 19일 환경부의 설명 자료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는 "정부는 가격 할인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늘어나는 일회용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1+1, 2+1 등 끼워팔기 판촉을 하면서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하는 행위를 금지하려는 것으로 가격 할인 규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할인판매가 금지된다는 오해는 관련 개정안을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발표의 근거인 '제품의 포장재질ㆍ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11조(포장제품의 재포장 금지)를 보면 '포장되어 생산된 제품을 재포장하여 제조·수입·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할인판매 판촉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없다. 

◇종이 띠로 묶어 할인 가능…5개입 라면은 애초부터 종합제품으로 규제 대상 아냐 

그럼에도 유통업체가 제품을 묶어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편리함을 추가하고 싶다면 종이 띠 등을 이용해 묶음 할인이 가능하다. 

띠를 이용하면 제품 유통과정에서 풀릴 수도 있고 제품 한 두개가 빠져나올 수 있다는 유통업체들의 불만도 있지만, 이 역시 편리함 여부의 문제지 불필요한 재포장을 줄이자는 원칙에 대한 반론이 될 수는 없다. 

5면 5개 들이 묶음 할인제품과 명절 선물세트는 애초에 재포장 제품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유통업체가 판촉을 위해 재포장한 사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공장에서 묶음화 돼 생산되는 제품은 재포장이 아니라 현재처럼 판매가 가능하다"며 "단 서로 다른 종류의 상품을 유통 과정에서 한 박스에 넣어서 판매하는 것은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경부가 이번 발표 과정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규제대상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밝혔다면, 오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적지 않은 혼란을 키운 발표와 보도 때문에 환경부는 가이드라인(지침) 등에 적시할 재포장 금지 적용대상에 대해 재검토할 예정이다.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국민들과 기업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유통과정에서 과대포장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세부지침을 면밀히 보완하여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묶음 포장재를 감축하는 정책목표는 묶음 할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며, 원래 목표했던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해 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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