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7차례 미사일 발사는 2011년 말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5일 공개한 사진에 14일 북한군이 평안북도 철도에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서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5일 공개한 사진에 14일 북한군이 평안북도 철도에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서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30일 동해상으로 또 발사체를 쐈습니다. 새해 들어 일곱 번째 무력시위로, 지난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 두 발을 발사한 뒤 사흘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 발사체를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뒤 대책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날 발사체를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원인철 한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부터 관련 동향을 보고받으며 안보상황과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도발이 지난 2017년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가며 긴장을 고조시키던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을 향해 이 같은 행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그동안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 선언을 지켜왔는데,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 같은 모라토리엄, 즉 유예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북한은 긴장 조성과 압박 행위를 중단하고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호응해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어 NSC 회의 참석자들에게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한미 간 긴밀한 협의 하에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취임 후 11번째로, 지난해 1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에 맞춰 회의를 연 데 이어 약 1년 만이다.

회의 참석자들도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요구 및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도전으로 이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북한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지역 정세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는 동시에 모라토리엄을 유지해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의 길로 조속히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이러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스스로 국제사회와 약속한 모라토리엄을 유지하며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아침 7시 52분쯤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한 발을 고각으로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800km, 고도는 약 2천km로 탐지됐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세부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군사령관과 원인철 한국 합참의장은 이날 발사 직후 공조 통화를 하며 상황을 공유하고,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굳건히 할 것을 거듭 확인했다.

국제사회의 규탄과 우려도 이어졌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추가 도발을 삼가라며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사례처럼 이번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분명한 위반”이라며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추가 도발을 삼가는 한편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에 관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 있으며, 한국·일본을 비롯한 다른 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도발에 대한 규탄과 함께 안정을 해치는 추가적인 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했다.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들 간 협의도 이뤄졌다. 한·미 북핵수석대표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전화 협의를 하며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노 본부장은 일본 북핵수석대표인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도 전화 협의를 했고, 미·일 수석대표인 성 김 특별대표와 후나코시 국장 간 협의도 별도로 이뤄졌다.

미·일 대표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가 앞서 이뤄진 것에 비해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한·미·일 3국 간 협력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단거리가 아닌 중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지난 2017년 11월 화성-15형 ICBM 시험발사를 한 이후 4년 2개월여 만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지난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는 자신들이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을 연속으로 발사했고, 14일에는 평안북도 의주 일대 철로 위 열차에서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쏘아 올렸다.

17일에는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로 불리는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25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두 발, 27일엔 탄두 개량형 KN-23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각각 발사했다.

북한이 한 달에 일곱 차례나 미사일을 쏜 것은 지난 2011년 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처음이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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