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철교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이 북중 간 인적 교류 재개를 위한 예행연습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중국 내 북한 근로자와 무역 주재원들에 대한 본국 소환이 시작되고, 이들에 대한 격리 시설을 준비 중이란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것이 인적교류 재개의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중 국경지역에는 아직 화물열차 운행 외에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가운데  북경 동계올림픽과 코로나 상황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기대감과 달리 북한 측 대방 연락 없어”

중국에서 20년 가까이 북한을 상대로 거래했던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지난 16일부터 북한 화물열차가 북중 간 운행을 재개한 이후혹시나 하는 마음에 북한 대방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이 무역업자는  “이미 대북 무역업자들 사이에서 민간 무역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그동안 거래했던 3곳의 대방 중 한 군데도 연락 온 것이 없다”며 섣불리 떠도는 소문만을 믿을 수 없다는 신중함을 나타냈다.

또 다른 무역업자에 따르면 북중 간 최대 교역도시인 중국 단둥시는 여전히 썰렁한 분위기다.

세관을 중심으로 인근 대부분 상점은 한낮에도 문을 닫고 있고, 여전히 유동 인구와 차량도 많지 않습니다. 중국 무역업자뿐 아니라 북한 측의 주문에 따라 물건을 공급하던 상인들도 2년 넘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북중 국경 상황을 잘 아는 현지 소식통은 이번 화물열차로 북한에 수송되는 물자는 국경 봉쇄 이전 준비됐던 것들로 대부분 오는 음력설 이전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단둥의 현지 소식통은 "현재 나가고 있는 물건들은 과거 북∙중 국경이 막히기 전에 준비해 놨던 것들이 지금 나가는 것으로 한 2년 정도 묵은 것들인데 음력설 전에는 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음력설 기간에는 단둥 세관이나 역 관계자들도 쉬게 되므로 그 기간에는 열차 운행이 중단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에 한 차례씩 북중 간을 오가는 화물열차는 중국 단둥에서 물자를 싣고 돌아가 의주비행장에 마련된 방역 시설에 내려놓고 있다.

20량의 화차(약 50톤 분량)에는 콩기름과 설탕, 조미료 등의 식자재와 의약품, 건축 자재 등을 실어나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25톤 트럭 40여 대 분량으로  과거 하루에 최소 100여 대 이상의 화물 트럭이 오갔을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양의 물자로 보여진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전문기자는 의주 방역 시설의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요시히로 기자는 "의주에 설치된 방역 시설의 수용 능력을 고려하면 이만큼의 화차를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어 긴급 의료∙농업 물자나 북한 고위층이 쓰는 일회용품 정도밖에 수송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반 주민의 생활 수준을 개선한다는 그럴 정도의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물건들은 방역 창고에서 짧게는 몇 주일부터  길게는 한 달 이상을 격리한 뒤 북한 내부로 운송되기 때문에 북한 시장의 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을 지낸 이성현 미 조지 H.W 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의 국산화 정책 노력에도 생필품 부족 현상이 심각해진 것이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성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시행한 셀프 제재의 결과로 생필품 부족 현상이 매우 심각해졌다"며 "북한 나름대로 국산화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활필수품의 90%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화물열차 운행 재개로 이어진 것이고, 시기적으로 올해가 김일성 출생 110주년, 김정일 생일 80주년이어서 두 명절을 맞아 북한 주민들을 다독이는 차원에서 생활용품을 조금 더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음력설 이후에는 북∙중 간에 새로 계약되는 물건들이 운송되겠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매일 물자를 실어나르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는 대북 중국 무역업자들이 음력설 이후 상황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물적∙인적 교류의 확대 가능성에는 반신반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화물열차 운행, 인적 교류 재개 위한 사전 테스트”

이성현 선임연구위원은 정치적 의미로서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인적 교류 재개를 위한 예행연습으로 풀이했다. 코로나 정국에서 화물 수송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인적 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현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베이징에 지재룡, 리룡남 두 전∙현직 북한 대사가 동거하는 현상이 해소되면서  조만간 지재룡 대사는 평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난 12월에 이미 북한에 주재했던 리진쥔 중국대사가 베이징으로 귀환했기 때문에 지난 12월에 북한과 중국 사이에 화물, 인적 교류 등 전반적인 북중 교류를 재개하고 회복하는 협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중국 단둥의 대북 소식통도 오는 4월부터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 노동자들과 식당 종업원, 무역 주재원, 유학생들을 북한으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공안 당국의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2년간 발이 묶인 무역 주재원들과 일자리가 끊긴 노동자들, 생활고를 겪는 유학생 등을 불러들일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방역을 앞세운 중국의 요청이기도 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았던 북한의 결정이기도 하다는것이다. 

또 북한 의주비행장에는 소환될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이미 격리 시설까지 짓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환 대상자 선정과 오랜 격리 기간∙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들을 모두 불러들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은 북한이 인적 교류에 대비한 방역∙격리 시설을 준비해왔다며 인적 교류 재개를 위한 수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경수 센터장은 "북한도 공항 등의 장소에 교류 준비는 이미 다 했다. 지금 코로나 3년 차인데, 1년 차 때부터 벌써 다 했다. 지금 북한이 물자부터 시작한 건 수순일 수 있다"며 "오는 4~5월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건 북한이 동계올림픽도 참여를 안 하는 것인데 그 정도로 북한은 사람이 오가는 인적 교류에 대해 극도로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현 선임연구위원도 오는 4월부터 중국 내 북한 노동자와 무역 주재원 등의 소환이 이뤄진다면 이는 인적 교류 재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2년 넘게 돌아가지 못했던 사람들도 이제 돌아가고 싶을 거고, 새로운 노동자를 중국에 보내는 순환제도를 다시 과거처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회복하는 것이 수순이다"며 "지재룡 전임 주중 북한대사도 수순에 따라 돌아가고, 그럼으로써 북한 대사관에 두 명의 북한 대사가 공존하는 기현상을 (북한 대사관에서도) 정치적으로, 상징적으로 해소하고, 북중 사이 인적 교류에서도 정상화해 가는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정보당국은 물론 국경지역 주민들도 단둥과 신의주 간 화물열차 운행을 시작으로 북중 간 인적 교류가 재개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단둥의 무역업자도 “현재 진행되는 상황과 분위기를 고려하면 인적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아직은 성급하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하지만 북중 양국의 합의에 따라 화물열차 운행이 인적교류 재개를 위한 수순이라면 오는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코로나 상황의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물자∙인적 교류와 함께 국경 개방의 확대 가능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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