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 최근 거의 완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 최근 거의 완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간 화물교류가 인적교류 재개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거의 완성된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저명한 중국 전문가가 밝혔다.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을 지낸 이성현 미 조지 H.W 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은 RFA에 북중 양국의 협의에 따라 화물교류가 자연스럽게 인적교류로 이어질 것이라며 조만간 지재룡 전 주중 북한 대사의 귀국도 내다봤다.

또 그는 북한이 미중 신냉전 상황에서 미국 대신 중국으로 전략적 방향을 결정했다며, 지금은 중국이 북한의 ‘플랜 a’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성현 선임연구위원과 RFA와의 인터뷰에서  내용.

◇ “물적∙인적교류 재개 분위기 속 신압록강대교 개통 기대”

- 지난 1월 16일부터 북중 사이에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북한이 대형 행사를 앞두고 긴급 지원 물자가 필요했을 거란 분석이 많은데 어떻게 해석하는가?

"외부 시각과 달리 북한은 코로나에 따른 고립 상황 속에서도 전력이나 중공업 산업 부문에서 의외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물론, 식량 면에서 이전보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에도 사회주의 특유의 배급제를 잘 활용해서, 식량 부족에 따른 사회 불안 요소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북한이 스스로 고립을 택한 지난 2년은 우리가 북한 체제의 내구성에 대해 다시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2년간 코로나 국면을 겪으면서 외부 관찰자들이 추측하듯이 북한의 국가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치약이나 비누 등 생활필수품 수급 문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번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로 이어졌다고 판단한다. 또 시기적으로 올해가 김일성 생일 110주년(1912년), 김정일 생일 80주년(1942년)이다. 110주년, 80주년 자체도 중요하지만, 끝나는 숫자가 2로 통일되는 기념적인 해이기 때문에 두 명절 전에 북한 주민들을 다독이는 차원에서도 생활용품을 더 풀어주는 것이 필요했을 거라 본다."

- 이번 화물열차 운행 재개로 엿볼 수 있는 북중 간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정치적인 의미에서 보면 화물교류 다음에 무엇이 이어지느냐는 질문을 던져야 할 텐데, 화물교류는 북중 인적 교류 재개로 이어지기 전의 사전 테스트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 정국에서 화물 수송을 통한 교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인적 교류의 회복으로 이어질 거라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현재 베이징에서 북한의 지재룡, 리룡남 두 전∙현직 북한 대사가 같이 머무는 현상이 해소되고, 조만간 지재룡 전 대사가 평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 12월에 북한에 주재했던 리진쥔 중국대사가 베이징으로 귀환했다. 이는 지난 12월 북한과 중국 사이에 앞으로 화물∙인적 교류 등 전반적인 북중 교류를 재개하고 회복하는 협의가 이뤄졌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동시에 북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잘 마치게 되면, 전반적인 북중 교류 재개의 분위기 속에 지금 거의 완성을 마친 신압록강대교가 봄철에 개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조건은 당연히 중국 단둥을 비롯한 동북 지방의 코로나 상황이다. 괜찮다고 생각되면, 신압록강대교를 봄철에 개통할 것으로 예측된다"

◇ “이미 중국으로 전략적 결정... 중국이 북한의 ‘플랜 a’”

- 미중 갈등 상황에서 미북 관계는 전혀 진전되지 않은 가운데 북중 교류 재개를 중국과 더 가까워지는 행보로 볼 수 있나. 북한에게 미북 관계는 ‘플랜 a’고, 북중 관계가 ‘플랜 b’라는 관측도 있는데, 전략을 수정했다고 할 수 있는가?

"미국이 북한의 ‘플랜 a’고, 여의치 않으면 중국을 선택하는 ‘플랜 b’로 갈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같은 관성적인 관찰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북한이 중국을 ‘플랜 a’로, 미국을 ‘플랜  b’로서 확실히 전략적 방향을 튼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총비서가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지정학적인 전략적 동질성을 회복한 것이 시발점이 됐고, 현재 미중 갈등, 신냉전 양상의 전개가 북한의 전면적인 전략적 방향 조정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미중 신냉전 상황 전개가 북한에 있어 미중 사이에서 고민해야 할 전략적 복잡성을 줄이고, 오히려 확실하게 중국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됐다. 이유는 중국을 확실하게 선택하면, 북한의 경제 문제는 확실히 해결된다. 그리고 미중 신냉전 전개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에 동참할 의무를 느끼지 않게 된다. 북한은 신형 무기 개발 시험을 하면서도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최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등이 미국의 관심을 얻으려 하는 것이라는 관성적인 관찰이 나오고 있는데, 그것도 맞지만 아마 30%만 맞을 것이다. 나머지 70%는 북한이 자기가 선택한 전략적인 길을 걸어가는 것이고, 큰 방향에서 그 길은 바로 중국을 선택하는 길이다. 그것이 바로 ‘플랜 a’라고 난 보고 있다."

- 김정은 총비서는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가 크다. 그래서 자력갱생과 국산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정치적으로는 가까워지면서도 경제적으로 독립하려는 북한의 시도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북한이 중국의 그늘에 있는 상황을 역사적으로 매우 불편하게 생각했고,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 체제는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이념적으로 실용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 신냉전이 전개되는 상황에서도 북한은 중국의 그늘 아래 들어가는 것이 부담이기도 하지만, 미중 신냉전 전개 양상이 오히려 나쁘지 않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북한을 경제적으로 확실하게 받쳐주고, 또 이념적으로 자본주의의 침투 등에서 중국이 북한의 보호막이 돼줄 수 있다면, 부담보다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중국, 북 미사일 발사 불편하지 않아... 암묵적 용인”

- 북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시험이 불편하지 않을까?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국이 불편해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것은 과거 후진타오 시절에 그랬고, 시진핑 주석 1기 때 그렇게 느꼈다. 그때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총비서가 각각 새롭게 양국의 지도자가 됐고, 시진핑 주석이 31살 차이가 나는 어린 김정은 총비서와 갈등이 있었지만, 2018년에 북중 간의 모든 전략적 갈등, 지도자 간의 갈등 요소를 해결했다. 그리고 미중 간 신냉전이 전개되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도발을 용인하고, 문제 삼지 않는 전략적인 일치 단계가 되는 상황이다. 또 북한과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전략적인 합의 하에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전반적인 무기체계 향상을 용인해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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