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연말 구상'은?…남북·북미 관계 "선물 없인 대화 없어"
상태바
북한 김정은 '연말 구상'은?…남북·북미 관계 "선물 없인 대화 없어"
  • 민대호 선임기자
  • 승인 2021.11.20 0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6일, 35일 만에 삼지연시 3단계 공사 현장 시찰로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6일, 35일 만에 삼지연시 3단계 공사 현장 시찰로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주 35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6일 백두산 아래 위치한 삼지연시 꾸리기 3단계 공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 지도를 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과거 김 총비서가 잠적했다가 다시 등장한 경우 정책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모종의 구상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달 11일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 전람회’ 이후 35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총비서가 이번에 삼지연을 방문한 것은 올해 경제발전 성과로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달이 넘는 긴 잠적을 끝내면서 삼지연을 찾은 것은 모종의 결단을 앞둔 것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총비서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꼭 삼지연을 찾았다"며 "지금 북한은 집권 10년 만에 대북제재, 코로나, 경제난으로 최대 위기에 처해 있어 내년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김 총비서는 미-북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2017년 12월 백두산에 올랐고,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삼지연을 찾은 바 있다.

현재 북한은 여러 대외적 도전과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그 중  첫번째 과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이다. 미-북 관계는 지난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회담을 끝으로 장기 교착 상태에 있다.

올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4월 30일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새 대북정책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이를 위해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에 대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만날 용의를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이 10월 19일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제안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올해 1월 평양에서 열린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명시했었다. 하지만 10월 11일 열린 ‘국방발전 전람회’ 기념연설에서는 “우리의 주적은 남조선이나 미국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북한은 아직 미국의 ‘조건 없는 만남’ 제안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공은 북한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김 총비서가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과 대화를 시작해야 제재도 풀고 경제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도 시급히 결단을 내려야 할 현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한 번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북한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24일 담화를 통해“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7시간 뒤에 북한의 대남,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별도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은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다음날인 25일 또다시 담화를 내어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 공동 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 수뇌 상봉(정상회담)과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북한 입장이 반나절 사이에 ‘부정적’에서 ‘조건부 긍정’으로 바뀐 것이다. 이어 북한은 국가정보원 채널을 통해 종전선언이 이뤄질려면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북한의 광물 수출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10월 26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종전선언의 순서과 시기, 조건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있다고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이 종전선언 문안에 합의하더라도북한이 군사훈련 중단 같은 요구를 계속하는 한 문제가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북한 수뇌부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한범 연구위원은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시간이 촉박하다. 올해가 지나면 곧 한국서 대선이 실시되고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한반도 문제가 방치되는 것은 미국도 비용이 증가하고, 북한이 제일 급하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의 경제난도 심각하다.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북-러 국경을봉쇄했다.

북한 경제의 생명줄인 북-중 국경이 차단되자 북한 내 400여 개 종합시장과 장마당이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밀가루와 식용유 같은 생활필수품이 들어오지 않자 물가가 급등했다.

국가정보원은 1kg 당 6000원 대였던 설탕 가격이 2만7000원으로 올랐고, 1만6000원이던 조미료는 7만5000원으로 4배 이상 급등했다고 밝혔다.

또 식량난이 발생했으며 외화난과 에너지난이 가중됐다. 게다가 원부자재가 수입되지 않아 많은 공장과 기업소가 돌아가지 않거나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4.5% 감소했다. 이는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6.5%) 이후 2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올해도 북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북한이 새로 세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 해다. 만일 올해도 경제계획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경제난이 계속될 경우 김 총비서의 권위는 한층 더 실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 김정은 위원장 앞에 두 가지 전략적 선택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문 대통령의 중재에 호응해 북미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12월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모종의 공감대와 절충을 이룬 뒤 2단계로 종전선언과 북미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면 대북 제재 완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의 길이 열릴 수있다.

또 다른 선택지는 기존의 고립노선을 고수하는 것이다. 한국의 중재를 거부하고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도 거부하는 것이다. 이 경우 대북 제재와 압박은 계속되고 경제난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한반도 정세가 북미대화 재개로 이어질지, 아니면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을 반복할지 여부는 김정은 총비서의 결단에 달려 있는 형국이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