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주 만에 침묵 깨고 사실상 '대화 초기화' 시사
1월 4번의 무력시위, 미국 반응 '확인' 위한 행보였을 가능성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19일 주재한 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정치국 회의에서 새로운 대미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강경 입장을 공표했다. 

북한은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당 정치국 회의 내용을 20일 가시화하며 새 대미 방향을 토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나온 대미 메시지는 '역대급'으로 강경한 수준이다. 북한이 지난 2018년 스스로 선언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이라는 '모라토리엄'을 철회할 가능성까지 시사했기 때문이다.

불과 3주 전, 북한은 올해 계획을 수립한 당 전원회의를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미국을 향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대남부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일 발표된 전원회의 결과에서 대미, 대남 관련 언급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이 제시됐다"라는 한 문장뿐이었다.

때문에 북한이 어떤 대미, 대남 전략을 수립했을지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제기됐다.

일단 이날 공개된 북한의 대미 입장을 보면 미국에 대해 북한이 세운 전략은 '입장을 선명하게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가하지 않았다. 연말에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종전선언 논의에 참여는 했으나 '적극적인' 모습을 표출하지도 않았다.

북한은 이 같은 미국의 태도를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당 전원회의에서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동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향을 명시했다"라고 하면서도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해야 한다"라는 수준으로만 입장을 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1월 불과 2주 사이에 네 번의 집중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단행한 것도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포석이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묵인하고 문제를 삼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같은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을지는 불확실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한미에 국방력 강화와 관련한 '이중기준'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데 이어 올해 초부터 새 '5대 전략무기' 중 가장 중요하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한 것은 미국에 "트럼프 때와 같은지 다른지"를 묻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수 있다.

결국 미국이 독자 및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하자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를 '트럼프 식'으로 상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때문에 지난 전원회의에서는 이 같은 판단 하에서 '결론'을 내지 않은 대미 전략을 구상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남부문과 관련해서는 다가오는 3월 대선까지 이렇다 할 계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전원회의 때 확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김 총비서가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종전선언 논의 가능성을 마지막으로 언급했다. 이때는 한미가 종전선언 문안 협의를 할 때였고, 이에 대해 북한과도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힐 때였다.

그러나 10월 이후 북한의 대남 메시지는 사라졌다. 김 총비서는 한 달가량 잠행했고 대외 총괄이라는 김여정 당 부부장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종전선언 논의도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12월에는 미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공식화 언급이 나오며 종전선언 논의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이어진 북한의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대남부문에 대해 침묵했고 북한의 메시지를 가늠할만한 '인선'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신년사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하지 않자 북한이 남북관계에 '관심'이 없어진 상황이 확인된 것이라는 해석마저 나왔다.

북한은 이날 밝힌 대로 한동안은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내부 기념일(광명성절, 태양절)을 경축하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태도를 지켜본 뒤 '모라토리엄 철회 검토'를 실제 이행으로 옮길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라토리엄 철회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미국과의 '대결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은 이날 정치국 회의 보도에서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에 보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남한의 대선에서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대외 사안에 대한 또 한 번의 탐색전과 전략 구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이 대화를 중시하는지 제재를 중시하는지에 따라 북한의 전략도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