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들어 네 차례에 걸쳐 총 6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재개까지 암시한 북한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단거리 핵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일단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단거리 위주 개발 전략 수립한 듯한 북한

북한이 지난 2주 사이 3∼4일 간격으로 총 네 차례나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5일과 11일 활공 기술을 갖춘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14일과 17일엔 각각 열차와 비행장에서 KN -23과 KN -24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최신 동향에 주목했다.

미국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 담당 국장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북한엔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묘수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와 미국의 감시망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개발과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이 전술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 미국과 국제사회 입장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미국과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김정은 총비서가 트럼프 행정부 당시 확인했기 때문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중심으로 군비 증강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19일 극초음속 미사일뿐 아니라 2010년부터 개발해온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KN -23과 KN -24가 실전 배치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클링너 연궁원은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 향상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은 단거리와 중거리 위주로 매우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전문가인 독일 ‘ST 애널리틱스’의 마커스 쉴러 박사도 19일 RFA에 “김정은 총비서가 중·단거리 미사일 중심 시험 발사를 정기적으로 실행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치하에서는 볼 수 없던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담당국장도 8일 자체 운영 라디오 (팟캐스트) 방송에서 “장거리 전술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만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북한이 중·단거리 핵 미사일 수를 늘리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국장은 "북한은 미국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에서 여러 개의 전술 핵무기를 더 많이 비축하는 것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는 것 같다"며 "이것이 바로 북한이 최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극초음속 탄도미사일로 서울과 부산 타격 가능성 엇갈려

북한이 개발중인 극초음속 미사일이 실질적으로 한국의 서울과 부산을 타격할 수 있을지 여부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활공 기술을 통해 동해상에서 부산으로 타격지점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북한 무기체계와 국방 비용 분석 전문가인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평가했다.

신승기 연구위원은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이 선회 또는 우회 기동을 통해서 동해를 거쳐 부산까지 오는 동안, 한미 연합의 주요 해상 이지스함들이 동해 쪽에 많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면 이 다수의 미사일 방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지스함들이 지속해서 세밀하게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나 여러 가지 순항미사일을 탐지, 추적, 요격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목표물을 향해 낙하하는 단계인 종말 단계에서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국이 보유한 사드나 패이트리어트 등 미사일 방어체계에 의해 요격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신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18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갖춘 활공 기술은 타격 지점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닌 사드나 방공망으로부터 요격을 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사일 활공 기술을 통해 인천과 부산 그리고 다른 주요 지역을 타격하는 것이 북한의 최종 목표일 것이라며 요격이 가능하다고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 탄도미사일, 동해상 미 해군 함정 견제용 가능성

전문가들은 중국과 북한이 미국 견제를 위해 미사일 협력에 나섰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이 중국을 통해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자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이 최신 (미사일 관련) 기술에 접근하게 할 수 있고, 여러 개의 탄도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북한이 적어도 중국의 ‘항공모함 킬러 (Carrier-killer)’ 기술에 대한 접근권은 있으리란 것으로 미국이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쉴러 박사도 “북한이 최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이 부스터 성능과 모양 및 크기 면에서 중국의 DF-21D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미 해군 함정이 중국 해안선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대함 미사일인 ‘항모 킬러’와 비슷한 성능을 갖췄으리란 것이다. 그는 중국의 DF-21D는 미국 항공모함이 동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군 수상함정에 대한 억지력을 갖추기 위한 무기라고 설명했다.

신승기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과도기에 있다고 분석했니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관련 기술이 부족해 2017년 개발한 탄두 및 추진체 기술의 일부 성능을 개량한 뒤 기존 기동형 탄두재진입체 (MaRV)에 기능이 향상된 탄두를 장착해 신형 미사일을 개발중이라는 것이다.

◇ 북, 경제난에도 미사일 시험 발사 계속할 듯

신승기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에 많은 돈이 들지만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승기 연구위원은 "김정은 총비서도 계속해서 언급하고 경제를 재건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김정은을 주축으로 하는 북한의 핵심 지배체제의 확실한 안전보장"이라고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빠른 속도로 미사일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2020년과 2021년 열병식과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공개한 미사일이 앞으로 추가 발사될 걸로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하더라도 핵확산금지조약을 어긴 이상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 할 것으로 전망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확실히,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미국과 미 동맹국에 대항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을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일 수 없고 핵확산을 계속 억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4번째 미사일 발사 뒤 3일만에 열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는 미국에 대한 신뢰조치를 재고한다며 사실상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전략 목표가 바뀌었다는 평가 속에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던 북한의 다음 행보에 따라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또 한 차례 출렁일 전망이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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