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대화 국면' 관측에…국정원·외교부·통일부 '확대해석' 경계 기류

북한이 올해 초 네 차례 무력시위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시험유예) 철회 시사에 '벼랑끝 전술 뒤 대화'라는 통례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아일보는 22일 정부 고위관계자의 전언을 인용, "남북 고위급 당국자가 최근 수차례 연락 채널을 가동해 남북 협상 재개를 위한 깊이 있는 대화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달 중 극적인 남북미 대화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라고 보도했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단순히 원론적인 얘기만 오간 게 아니고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밀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아울러 동아일보는 북미 간 실무자급에서도 서로 대화 조건을 들어보는 물밑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북한은 전통적으로 대화와 협상이 재개되기 전 한반도 정세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초강수'를 두는 벼랑 끝 전술을 택해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실시와 그해 11월 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북한은 이듬해 전격 '대화 모드'로 전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임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북미 정상 간 '하노이 결렬'의 여파로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도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게 대화의 손짓을 하고 있지만 북측이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대북 적대 정책·이중기준 철폐'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이나 행보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동시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과 독자 대북제재를 가동하며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결국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대북 압박 수위가 오히려 높아질 기미가 감지되자 북한이 '핵·ICBM 모라토리엄 철회 시사'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일련의 상황에서 동아일보의 대화 재개 가능성 보도와 21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YTN에 출연해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관련해 조만간 긍정적인 반응을 해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을 두고 각종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북한은 지난 19일 핵·ICBM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하면서도 별도의 대남메시지는 발신하지 않았는데, 고위급 접촉과 향후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일부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국가정보원과 외교부, 통일부 모두 남북, 북미 접촉 및 '조만간 대화 재개' 설에 대해 22일 한 목소리로 "확인해 줄 사안이 전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다만 남북, 북미 간 소통은 통상적인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공식' 연락채널과 정보기관 간 채널은 매일 혹은 수시로 소통이 이뤄지고는 있다는 것이다. 북미도 유엔 북한대표부의 뉴욕 채널 등을 통한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 같은 소통은 외교적 관계 유지를 위한 차원이지 '정세 전환'과 관련한 의미 있는 소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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