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화성-14형·15형' 이어 시험발사 재개 여부 촉각

북한 당국이 그동안 '유예'해왔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이 보유 또는 개발 중인 ICBM의 성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ICBM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거리 5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일컫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발한 미사일 가운데 '화성-13'(KN-08)과 '14형'(KN-20), '15형'(KN-22), 그리고 '17형'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화성-12형'(KN-12) 미사일에도 '14형'과 같은 백두엔진(3·18혁명엔진)이 탑재돼 있지만, 최대 사거리가 4500㎞로 추정돼 ICBM 아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분류된다.

북한이 그동안 시험발사에 성공한 ICBM엔 '화성-14형'과 '15형' 두 종류가 있다.

북한 최초의 ICBM으로 추정되는 '화성-13형'의 경우 지난 2012년 제100주년 태양절(4월15일·김일성 주석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그리고 개량형 미사일(KN-14)은 2015년 조선노동당 창건 제70주년(10월10일) 기념 열병식 때 각각 공개됐지만 시험발사로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3형'을 개발하다 기술적 문제 등을 이유로 중단한 뒤 곧바로 '14·15형' 개발로 넘어갔을 것"으로고 보고 있다.

북한이 처음 시험발사에 성공한 ICBM은 '화성-14형'이다.

'화성-14형'은 2017년 7월4일 평안북도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실시된 첫 시험발사 때 약 930㎞를 39분 간 비행한 뒤 동해에 떨어졌다. 정점고도는 2803㎞였다. '화성-14형'은 이어 같은 달 28일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진행된 2차 시험발사 땐 47분 간 1000㎞를 날았고, 정점고도는 3700㎞를 기록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화성-14형'의 이들 2차례 시험발사 모두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고각 발사' 방식으로 진행됐단 점에서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때의 최대 사거리는 1만㎞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거리 1만㎞면 북한에서 쐈을 때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화성-14형'은 길이 약 19.8m, 지름 약 1.85m에 2단 액체연료 추진체가 적용돼 있다.

그러나 대북 관측통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 땐 '화성-14형'이 등장하지 않았다"며 "양산 및 실전배치 여부는 불분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화성-14형'에 이어 북한이 두 번째로 시험발사에 성공한 ICBM은 '화성-15형'이다.

'화성-15형' 시험발사는 2017년 11월29일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화성-14형 때와 마찬가지로 고각 발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화성-15형' 미사일은 약 53분 간 950㎞를 날았고, 정점고도는 4475㎞를 기록했다.

화성-15형은 길이 약 21~22.5m, 지름 2.0~2.4m 크기에 2단 액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하며, 사거리는 8500~1만3000㎞ 수준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2017년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화성-15형' 시험발사 현장엔 김 총비서의 현지 지도 기념비도 세워졌다.

그러나 북한은 2018년부터 우리나라·미국 등과 비핵화 문제를 화두로 한 정상외교에 나서면서 더 이상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

북한은 특히 2018년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선 각국과의 대화 국면 조성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단 등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그랬던 북한이 이달 19일 김 총비서 주재로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등을 이유로 "선결적·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결정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에도 신형 ICBM '화성-17형' 개발을 진행해왔다. 북한은 2020년 10월 열병식 때 '화성-17형'을 처음 공개됐고. 작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때도 북한의 다른 주요 무기들과 함께 전시했다.

'화성-17형'의 길이는 24~26m, 지름은 2.5~2.9m 정도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화성-17형'의 최대 사거리가 1만500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2개 이상의 핵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하도록 만든 다탄두(MIRV) 탑재형 ICBM을 목표로 개발됐을 가능성이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은 작년 1월 김 총비서 주재 당 대회 당시 "다탄두 개별 유도 기술을 더 완성하기 위한 연구 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MIRV 기술을 적용한 ICBM은 그만큼 방어하기가 까다롭다. 공격하는 입장에서 실제 핵탄두와 '가짜 탄두'를 섞어서 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대북 관측통은 "북한이 ICBM 운용에 필요한 핵탄두 소형화나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다탄두 기술 등을 확보했는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미국이 북한의 ICBM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글렌 벤허크 미군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작년 3월 "북한은 최대 3가지의 미사일로 우리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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