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난 배경에 미국을 향한 경고 전달과 핵 군축협상이라는 목표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은 20일 관영매체를 통해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유예하기로 했던 이른바 모라토리엄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자신들이 원했던 국면이 열리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미국의 변화를 요구하며 경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고강도의 경고를 했다”며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해서도 지금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고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고, 고강도의 전략적 도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지금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중대한 기로에 좀 서 있는 것으로 봐야 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있으며 나아가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고 핵 군축협상을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대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단체나 개인에 대한 제재조치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미중관계와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부담이 있다”며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가 처한 한계를 알고 그 틈을 더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핵심은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그 다음에 핵 군축으로 가겠다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들의 핵 능력을 유지하고 ICBM은 일종의 미국에 대한 정치적인 압박 카드로 사용하면서 핵 군축으로 유도하려고 하는 그런 의도가 있지 않나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담판이 필요한 것이고 바이든 행정부의 한계를 알고 그 틈을 더 파고들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군축협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박 교수의 분석에 동의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된 3월과 김일성의 생일 태양절이 있는 4월 중 전략무기 실험을 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고 특히 군 정찰위성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홍 연구위원은 “군 정찰위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축포의 의미를 담을 수 있고 평화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발사용 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탑재물이 다를 뿐 로켓추진체를 이용해 대기권 밖으로 보내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매우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군 정찰위성 뿐만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다탄두화 개발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미사일 하나에 여러 개의 탄두를 장착해 다중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테스트 이후 다탄두 역량도 강화했을 것이고 이에 실험을 진행할 군사적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또 “북한이 2018년 4월 선제적인 신뢰구축 조치라며 부분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발사 시험장을 이번 달 안으로 복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 간의 견해가 엇갈렸는데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중국, 러시아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북한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홍민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의 양보 의지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한국의 활용가치가 없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한국을 그다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정치국 회의에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한국을 향해 미국을 설득해 최악의 상황을 막으라는 간접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바라봤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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