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엔사 해체 연이어 주장…"종전선언 논의 속 정전체제 흔들기"
상태바
북한 유엔사 해체 연이어 주장…"종전선언 논의 속 정전체제 흔들기"
  • 백민일 기자
  • 승인 2021.11.15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종전선언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연이어 주장하고 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지난달 27일 제76차 유엔총회 4위원회에서 유엔군사령부의 즉각 해체를 주장했다. 미국이 한국전쟁 당시 평화 유지를 구실로 유엔의 이름을 악용해 유엔사를 불법으로 설립했고, 유엔사를 유지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점령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 4일 유엔총회 6위원회에선 유엔 북한대표부의 김인철 1등 서기관이 “개별 국가가 정치·군사 목적으로 유엔 이름을 남용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지체 없이 바로잡아야 한다”며 “유엔사는 유엔과 관련이 없는 미군사령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유엔사 해체 요구는 해묵은 주장이지만, 최근 한-미 간 종전선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한층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에서 미국의 유엔사 기능 강화를 위한 재활성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층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를 계기로 정전체제를 흔들거나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유엔사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한 뒤 안보리 결의를 통해 설치돼 법적 존립 근거를 갖춘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최근 유엔사 해체론을 부각하는 이유는 종전선언 논의와 연계시켜 국제사회에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부당함과 같은 자신들의 주장을 선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는 “종전선언이 의미하는 것은 북한과 미국이 더 이상 적대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쟁관계는 끝났다는 종식을 선언하는 것으로 원래 유엔사가 구성된 최초의 목적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엔사 해체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이고 그 논리를 확장하면 주한미군 주둔, 한-미 동맹 구성도 다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유엔사 해체 문제를 부각하는 것은 결국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대미 협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행동이라고 풀이했다.

신 센터장은 성사 여부를 떠나 한-미 간 종전선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유엔사 해체 문제를 이슈화하는 게 전술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이뤄져서 유엔사가 해체되면 좋고, 만약에 유엔사 해체되지 않는 조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이후에 유엔사 문제 제기가 훨씬 용이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유엔사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종전선언 논의와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지난 1978년 미-한연합사령부가 창설됨에 따라 미-한 두 나라의 작전부대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연합사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역할이 크게 축소됐고 이후 정전협정과 관련된 업무만 맡게 됐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4년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이런 유엔사의 기능을 다시 강화하는 재활성화 작업을 하고 있다. 한-미 전작권 전환 작업이 마무리돼 한-미 연합사가 해체될 것에 대비한 조치다.

전작권 전환이 되면 유엔군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미-한 연합사령관이 행사하던 전작권이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은 미래연합군사령부에게 넘어가게 된다.

유엔사 재활성화 작업은 미-한 연합사 해체 이후 유엔사의 독립적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에 따른 조치로,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재활성화 작업의 일환으로 유엔사는 1950년 창설 이후 최초로 2018년과 2019년 부사령관으로 미군이 아닌 캐나다와 호주의 3성 장군을 잇달아 임명했고, 동일인이었던 유엔사 참모장과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을 2018년 8월부터 서로 다른 인물로 임명하고 있다.

이같은 작업은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가 다국적 평화유지군 또는 별도의 작전을 수행하는 독립 전투사령부로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유엔사가 한국전쟁 참전국들을 중심으로 다국적화돼 위상이 강화되는 데 경계하고 있다. 유엔사가 다국적화 되면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 있는 후방기지를 통한 여러 나라로부터의 병력과 물자 보급 규모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금 한-미 연합훈련에 많은 참전국들이 참관단을 보내고 있다"며 "유엔사가 재활성화되면 한반도에서 다자 군사협력체제가 가동되는 것이고 유사시 이게 북한에 대한 대응도 되지만 미-중 전략경쟁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다자 군사협력체제가 한반도에서 가동된다는 이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선 북한이 유엔사 존속에 유연하게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과의 국력 차이를 감안할 때 북한이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과의 갈등과 위기 상황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사 기능 강화를 통해 한-미 연합군에 대한 제한적인 통제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도 이에 대해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은 “적대시 정책을 받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이고 대외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리는 논리나 소재로 활용할 순 있지만 북한에게 있어서 주한미군이나 유엔사는 한국의 특정한 행동이나 전쟁을 억제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북한에게는 오히려 안정자"라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이 유엔사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미-북이 존속 여부를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