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 세계 고물가 상황과 거리 멀어… 물가 안정세 보이기도

전 세계가 고물가 현상을 겪는 가운데 북한 시장은 높은 폐쇄성과 화폐 가치의 절상, 지난해 곡물 생산량의 증대 등으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 ∙중 무역에 의존해 온 밀가루, 콩기름, 설탕 등 가공 식료품의 가격이 폭등하자 북한이 자체 생산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성공을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 육로 무역이 재개된 이후에도 북∙중 간 무역 규모가 코로나 이전처럼 회복하긴 힘들 것으로도 내다봤다.

◇ 북, 전 세계 고물가 상황과 거리 멀어… 물가 안정세 보이기도

전 세계가 오미크론 변이 비루스(바이러스)로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북∙중국경 개방과 북한의 베이징 올림픽 참가가 모두 불발됐다. 북한은 한동안 계속해서 국경 문을 굳게 닫을 것이 예상되면서 올해 북한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북한 경제 상황이 대외적인 경제 측면에서는 2020년 이후의 상황과 유사하게 진행될 것 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중에 북∙중 무역이 재개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12월 초에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며 매우 강력하게 국경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북한 전체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이상인데, 농업의 경우 2021년의 곡물 생산량이 올해 곡물 유통에 영향을 미치는 점에서 작년에는 한국 농촌진흥청의 추정에 따르면 국내 생산량이 7% 증가해 올해 (북한의) 식량 여건은 전년보다는 조금 양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전 세계가 고물가를 겪고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북한의 물가 동향을 보면 식량이나 여러 가지 주요 지표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자체 생산이 안 되는, 중국에서부터 수입해야 될 것들만 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물가 동향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북한 경제는 폐쇄성이 굉장히 높고, 대북 제재 강화 이전에도 중국과의 연계만 높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공급망 위축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또한 코로나 대유행 이전부터도 북한 경제는 제재로 인해 폐쇄성이 이미 확대돼 있던 상황이기에 새로운 충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잔했다.

다만, 수입 측면에서 2019년까지는 제재에 해당되는 품목 이외에는 대부분 수입이 됐었는데, 2020년부터 전반적인 수입까지 감소하며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소비재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최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전체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2020년 10월 말부터 북한 시장의 환율이 굉장히 급락하는, 즉 북한 화폐의 평가 절상이 이루어지면서 원화 표시의 북한 물가는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경우 소비재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2020년 10월에 북한이 수입을 더 줄이면서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밀가루, 콩기름, 설탕과 같은 식료 가공품들이 큰 폭으로 올랐다.

다시말해 소비재 가운데서도 대외 의존도가 높았던 품목의 물가가 가장 불안정하다. 작년 같은 경우는 2020년에 북한이 자연재해 때문에 식량 생산이 감소해서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식량 사정이 긴장돼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식량 가격도 상대적으로 좀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지역 간에도 가격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같은 경우는 식량 가격도 불안한데다 수입 식료 가공품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급등하는 모습이 특징적이었다.

◇ 수입 가공 식료품 물가 상승에 자체 생산으로 대응

북한 내에서 생산하기 어려워 중국에서 들여오는 사탕가루, 기름, 조미료 등 식료품은 가격이 상당히 상승한데다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품귀 현상이 조만간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이에 대응하는 방식도,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품목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입을 확대하기보다 국내에서 이것을 수입 대체 산업화하는 방식으로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북한은 2020년에 밀가루, 설탕 등이 수입의 상위 품목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2021년부터는 이러한 품목들이 부족함에도 수입을 많이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작년 12월 말에 개최되었던 전원회의에서 ‘국내 경작을 좀 확대해야 한다’, ‘콩기름 같은 것들도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이 부족한 품목을 자체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모습들이 최근에 나타나고 있지만 얼마나 성공적일 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 공급부족 사태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른 국가들과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공급망과 북한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북한의 정제유 같은 경우는 제재로 수입량을 제한하는 품목이고,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정제유 가격이 상승하면 전반적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다른 국가들이 겪는 세계적 공급망 마비가 미치는 영향과 북한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며 그 배경으로 북한이 북∙중 무역에 가장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점을 꼽았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은 이미 2022년에 기준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재와 국경봉쇄 장기화에 따른 북한의 화폐가치는 세계적 금리 인상에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이에대해 최 연구위원은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20년 10월부터 단기간 환율이 하락하는, 북한 화폐 가치가 절상하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요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지는 불투명하다. 즉 시장 요인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북한 당국이 내화나 외화에 대한 유동성 관리를 통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인지 등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기는 힘들다고 최 연구위윈은 평가했다.

지금 북한의 환율 상황에서 북한 시장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국제 시세와는 굉장히 괴리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계 경제와 (북한 경제의) 관계가 제재 장기화 상황과 코로나 대유행 이후 국경 폐쇄 상황에서 점점 그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우 외화가 무역을 통해 유출입되며 시장 안에서 청산이 되는 경로도 막혀 있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 같은 것의 유동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북한이 무역을 재개하면 그런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국경 열려도 보유 외화 부족으로 무역규모 확대 힘들듯

북한이 방역 시설도 준비했고, 최근 중국과 육로 무역을 합의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등 실질적으로 개방을 준비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개방을 안 하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이 그렀게 한데 대해 ‘명확하게 어떤 것이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코로나 변이비루스가 확산하면서 무역 재개 움직임이 주춤했던 걸로 봐서는 코로나 확산을 우려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지금 대북제재가 장기화하면서 북한이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이 많지 않기 때문에 무역 규모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수출을 통해서 외화 수입을 확보하고 그것으로 수입을 늘리는 것이 북한 무역의 원래 구조였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제재가 완화되기 전에는 그 이전 상황으로 무역 규모가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게 최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북∙중 국경이 열리게 되더라도 북한은 전면적인 개방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방식을 통해 국내 어려움을 해결하려 할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작년의 경우 북한이 수입한 품목 가운데 상위를 차지하는 것이 비료였다"며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농업과 제조업에서 활기를 띄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정도 되고. 제조업 같은 경우는 원유가 공급되면 어느 정도 가동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 산업을 전반적으로 가동하는 데 필요한, 꼭 필요하다라고 생각되는 수입 품목에 한해서 좀 철저하게 통제된 방식으로 수입을 이어갈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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