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김정은 집권 10년 만에 '수령' 호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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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김정은 집권 10년 만에 '수령' 호칭 논란
  • 민대호 선임기자
  • 승인 2021.11.1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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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수령 호칭은 선대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것"
전문가 "김정은에 수령 호칭은 부적절…내부 문제 해결이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했다. (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했다. (노동신문 갈무리)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수령’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수령’은 그동안 김일성 주석에게만 사용하던 호칭으로, 실제 김 총비서에게도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김 총비서를 '수령'으로 호칭했다면 이는 북한의 대단한 변화로 그 배경과 의미가 주목된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10월 하순을 기해 김정은 총비서를 ‘수령’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2일 ‘운명도 미래도 다맡아 보살펴 주시는 어버이를 수령으로'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김 위원장을 세 번이나 ‘수령’으로 지칭했다.

같은 시기 `조선중앙TV'도 “위대한 어버이를 수령으로 높이 모신 인민의 영광 끝없다”며 김 총비서를 수령으로 호칭했다.

노동신문은 11월 11일에 장문의 기사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를 ‘인민적 수령’ ‘혁명의 수령’으로 불렀다. 하지만 이 부분은 '김정은=수령'이라기보다 '인민적' '혁명의'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김 총비서의 그러한 위상을 강조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북한에서 수령은 신격화된 김일성 주석에게만 사용하는 호칭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장군님’ 또는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로 불렸고 사후에야 ‘선대 수령’이란 호칭이 주어졌다.

이는 3대 세습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 (Legitimacy)를 확충하려는 의도라고,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말했다.

다만 김정은 총비서가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북한의 정치행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5년 전 평양에서 열린 7차 노동당 대회를 보면 회의장 정중앙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올 1월 열린 8차 노동당 대회를 보면 김일성, 김정일 사진은 사라지고 대신 망치와 낫, 그리고 붓이 그려진 노동당 상징으로 대체됐다.

지난 10월11일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 전람회 당시 공개된 장면에서도 미사일과 함께 김정은 총비서의 사진이 보이지만 선대 지도자들의 사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같은 변화는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총비서가 우상화를 통해 독자적 통치권력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 래리 닉시 박사는 말했다.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의 독자적인 사상과 이념체계도 구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북한에 등장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국정감사에 참석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집권 10년을 맞아 김일성, 김정은과 차별화되는 주의를 독자적으로 마련하려는 사실을 국정원이 확인하고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북한의 공식 회의나 관영매체에서 ‘김정은주의’가 언급된 적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주의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집권 이후 김 총비서가 강조해 온 통치담론을 집대성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총비서는 그동안 ‘인민대중 제일주의’ 또는 ‘우리국가 제일주의’ 등을 강조해 왔는데 이를 재포장해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김정은주의를 선뜻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선임연구원은 “김일성의 경우 항일 빨치산과 북한 공업화라는 정치적 자산이 있었고, 김정일은 20년 이상 권력기반을 강화해 기반이 탄탄했는데 김정은의 경우는 집권 10년차에 핵 빼고는 내세울 게 없다"며 "본인 스스로가 식량난, 고난의 행군을 언급하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주의를 내세우기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북한 수뇌부는 헌법 개정 등을 통해 ‘김일성-김정일 주의’와 ‘선군사상’ 등 선대의 통치이념을 뒤로 후퇴시킨 바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의 이런 정치적 `홀로서기'가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북한에서 수령은 신비적이고 신격화된 존재다. 예를 들어 북한은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김일성 주석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그의 손자로 올해 37살에 불과한 김정은 총비서기 별다른 업적이 없으면서 김일성 주석과 같은 반열인 ‘수령’ 자리에 오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조한범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의 경우에는 선대와 같은 정통성이나 권위가 없기 때문에 성과를 통해서 인민에게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성과가 없다:며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과도한 우상화를 하려면 경제난에 시달리는 인민들에게 통할리가 없다"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의 수령화 격상 작업이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2인자인 조용원 조직비서에 의해 추진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수령화 격상 작업의 성패가 경제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특별한 카리스마나 통치기반이 없는 상황에서는 경제발전을 통해서만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이 상당히 나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북-중 국경 봉쇄로 인해 북한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지난 2019년 25억1000만 달러였던 북-중 무역 규모는 2020년에는 5억 3000만 달러로 무려 80.7% 감소했다. 또 외화난과 에너지난이 가중됐고 장마당은 심각한 물가 오름세(인플레)를 겪고 있다. 게다가 원부자재가 수입되지 않아 많은 공장과 기업소가 돌아가지 않거나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 경제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래 최악이라며,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켄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면 경제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의 정치적 위상 강화가 경제난 해결 또는 미-북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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