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해안 항공기 착륙시켜…조종사에겐 '9·11 같은 지상착륙' 설명도
초기 원격 측정 시 본토 타격 판단→몇 분 뒤 판독 후 '정정' 정황

북한이 지난 11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공중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임무를 맡은 미 사령부가 한동안 미 본토가 공격당한 것 같은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 CNN이 보도했다.

뉴스1에 따르면 초기 원격 측정 결과에서는 이번 미사일이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나 캘리포니아 해안 멀리까지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고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은 CNN에 전했다. 몇 분 뒤, 미 북부 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이 초기 판독 결과를 일축하고, 해당 미사일이 미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은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은 채 중국과 일본 사이의 해상으로 낙하했다.

그러나 당시 불확실성 속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 연방항공청(FAA)은 서부 해안 쪽에 있던 항공기 몇 대를 약 15분간 착륙시켰다. 항공교통관제기록에 따르면 관제센터에서는 항공기 조종사에게 착륙 명령 사유를 설명하지 못했고, 실수로 '9·11 이후 본 적 없는 지상착륙(national ground stop)'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무엇이 이 같은 초기 긴박함을 야기했으며, 연방항공청은 왜 당시와 같이 대응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고 CNN은 짚었다.

이와 관련,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정상적인 조정·소통 과정"이라고 말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지상착륙(ground stop)을 발령하라는 연방항공청의 요구가 있었던 건 맞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경고나 경보를 발령한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연방항공청은 성명을 내고 "예방 차원에서 서부 해안 쪽 몇몇 항공기의 출발을 중단시켰다"면서도 "당 청은 정기적으로 예방 조치를 취한다. 이 경우 늘 그렇게 하듯 이번 지상착륙 관련 프로세스를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CNN의 개별적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연방의회 국방위원회에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브리핑을 받은 한 의원은 "끔찍하다. 국방 당국자들이 당장 (대응) 역량을 확신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에 북한이 시험발사한 미사일과 관련, 미 당국자들은 아직 평가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북한 무기 개발을 지켜봐온 전문가들은 이번 '기동탄두 재진입체(maneuverable reentry vehicle)'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범위와 기동성 면에선 다소 제한적이지만, 대기권에 재진입한 후에도 항로를 바꿀 수 있는 극초음속 활공 차량이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잇달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각 1발씩 발사했다. 북한은 이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지난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국적자 6명 등 개인 7명 및 러시아 소재 기관 1곳을 특별 제재 대상(SDN)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대응 의지를 시사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총 8차례의 미사일 발사가 더 이뤄졌지만, 바이든 정부가 제재를 발표하거나 대응 의지를 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도 추가 제재 결의를 제안했다. 

한편 CNN 보도가 나간 뒤인 이날 오후 북한은 올해 들어 세 번째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다. 북한은 이날 동쪽으로 '미상 발사체'를 쐈다고 우리 군은 오후 2시47분쯤, 일본 해상보안청은 2시55분쯤 발표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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