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에 따른 전 세계적 물가상승과 북∙중 국경봉쇄의 장기화 등으로 북한 시장의 물가도 치솟고 있다. 중국산 제품은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몇 배나 뛰었다. 김정은 정권이 자체생산을 독려하며 물가안정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낮은 품질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다 북한 주민들의 현금 수입이 급감하면서 고물가 속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한 것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오미크론 확산 속 세계 물가 고공행진… 북한 물가도 급등

새해 들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비관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코로나 변이 비루스의 재확산과 생산 노동력 감소 탓에 소비자 물가가 눈에 띄게 치솟았고, 이런 기류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고물가는 자력갱생을 외치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이달 초 RFA가 접촉한 황해북도와 함경북도의 주민 소식통은 식료품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두부와 술 등은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배추를 포함한 채소 가격도 많이 올라 김치도 맘껏 먹지 못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포함한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해온 식용유와 설탕도 3년째 이어지는 국경봉쇄로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물량도 없어 가게 매대가 텅텅 빈 상태라고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급기야 북한 당국이 설탕 대체품 확보를 독려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생산량이 적어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식량 가격도 마찬가지다. 정기적으로 북한 물가를 조사해온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1월 8일 기준) 쌀 1kg당 가격은 4천 750원, 옥수수 1kg당 가격은 2천 500원 수준으로 전 월 대비 각각 8%, 22% 상승했다.

◇ 중산층 이상 여전히 수입품 애용… 빈부격차 심해져

흥미로운 점은 생필품 품귀 현상과 가파른 가격상승의 영향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차별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현금 수입이 있고, 비교적 잘 사는 집은 물가 변동에 대응할 능력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주민들은 생활고에 직면하고 있다.

북·중 국경 지역에 살다가 2020년에 탈북한 정미영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씨는 (1월 6일) RFA에 설을 맞아 가족과 연락해보니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물가 때문에 그렇게 힘들다’는 말도 없다고 정 씨는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중 국경봉쇄로 설탕과 조미료 등의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중산층 이상에겐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임을출 교수는 "일반 서민들에게는 이전보다 올라간 가격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럽지만, 중산층 이상 주민들에게는 아주 고가의 물건들이 아니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좀 차별화돼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중국 단둥의 한 대북 무역업자도 (1월 10일) RFA에 “북한으로 들어가는 최고급품은 평범한 기관이 아닌 북한당국이 지정한 기관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장마당에 풀리는 물건이 아님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무역업자는 값비싼 생필품만 선별적으로 수입돼 중산층 이상에게만 은밀하게 공급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반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북한에 어머니가 살고 있는 탈북민 김혜영 씨(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지난해 어렵게 어머니에게 송금한 지 몇 달 만에 또 ‘돈이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머니가 장사를 못 해 현금 수입이 없는 데다 높은 물가로 보내준 생활비가 금세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물가가 얼마 올랐다는 것이 전혀 상관없는 계층도 있는 반면 굶어 죽는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2020년 여름경부터 시작됐는데, 일반 사람들이 현금 수입이 없어졌기 때문에 생활 개선이 잘 안 된다"며 "현금 수입이 있거나 저축이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살 수 있지만, 일반 서민 입장에서 보면 격차가 더 벌어졌고, 없는 사람들은 정말 굶어 죽는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 북 당국, 자체생산으로 물가 안정 안간힘

북한 당국도 치솟는 물가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계속 확산한 것을 우려해 군량미 긴급 방출 등 시장개입을 통해 물가 고삐죄기에 나선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쌀은 7천 원대, 옥수수는 5천 원대로 치솟았던 곡물 가격이 최근 들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인다는 평가다.

또 북한 남포항을 통해 수입된 중국 물품 가운데 일부가 지방 도시에도 유통되면서 제한적이나마 쌀을 비롯한 일부 품목에 대한 시장 물가 하락에 영향을 주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김정은 총비서가 자력갱생을 독려하면서 국산품 생산도 늘었다고 진단한다. 그는 "국내 생산을 자력갱생으로 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나름대로 기업소 간부들이 성과를 내지 않으면 자기도 좀 해직될 수도 있고, 비판받을 수도 있다"며 "그래서 일단 열심히 한단다. 신의주 화장품 공장 같은 데서 나오는 화장품은 조금 있다고 하고, 비누도 조금 있다"고 전했다. 

임을출 교수도 (1월 5일) RFA에 북한이 자체 생산한 국내산 물품 유통과 자체적인 소비 감소를 통해 물가가 관리되는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북한의 국산화 정책하고도 연관돼 있는데, 지금 북한은 가능하면 자체 생산한  물건들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북한 주민들은 어렵고 힘들면 소비를 안 한다. 소비를 줄이거나 안 하는 방식으로 생존하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면 또 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더"고 말했다.

◇ 국산품 품질 현저히 떨어져

이처럼 자력갱생을 최대 과업으로 내건 북한이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생산에 몰두 중이지만, 문제는 품질이다. 가파른 생필품 가격 상승에 더해 현금수입은 예전같지 않은데, 국산품 품질은 현저히 떨어져 서민들은 더 죽을 지경이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품질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전지도 지금 수입이 없다. 그래서 국내산 만들라고 해서 (국내산 건전지가) 시장에 작년 한가을부터 유통이 시작됐는데 얼마 쓰면 금방 전기가 나가고 (작동)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문성희 슈칸킨요비(주간 금요일, 일본 시사주간지) 편집장도 국산품의 낮은 품질과 북한 주민들의 구매력이 약화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문성희 박사는 "평양 1 백화점에서 팔던 공책도 수입품의 가격은 국산품의 100배 정도였다. 국산품의 질이 낮아서다. 그리고 질 좋은 수입품을 살 수 있는 만큼 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얼마만큼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같은 북한 당국의 물가 관리 노력이 효과를 발휘할 지엔 전망이 엇갈린다. 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1월 10일) RFA에 북한 당국의 행보가 고질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장기 국경봉쇄와 제한적인 외부 교류가 기술 부족과 질 낮은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트로이 스탠가론 국장은 "북한이 특정 물품에 품귀현상을 겪는 이유는 그 제품을 생산할 기계가 없거나, 제대로 생산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품질이 낮은 것밖에 생산할 수 없다거나, 제한된 국내 자원만을 사용한 제품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 속에 국경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고립을 택한 북한. 전 세계적 물가 상승 속에 북한 사회도 고물가, 저품질, 양극화 현상 심화 등 삼중고가 문제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많은 주민이 고통받고 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