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3일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발표하면서 장기교착 상태였던 미-북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향후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미사일 발사 참관으로는 지난 2020년 3월 북한판 에이테킴스로 불리는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이후 거의 2년만의 일이었다.

더욱이 군 관련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도 이례적으로 이번 미사일 발사 현장에 참석했다.

김 총비서는 또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미사일 개발 성공에 기여한 과학자와 기술자 등을 평양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로 불러 격려하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총비서가 사실상 올해 첫 공개행보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현장으로 잡은 것은 그만큼 이 무기가 갖는 큰 파급력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교수는 “김정은이 이렇게 나와서 사진을 찍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많지 않다. 일례로 SLBM 성공했는데 거기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그만큼 이 극초음속 무기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과정이 지난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시험 성공했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군사전략적 가치는 현존 요격망으론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능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홍 박사는 북한이 발표한대로 비행거리 1천km라면 일본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고 중거리 미사일 추진체를 탑재할 경우 괌까지도 공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이런 심각성을 감안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에 대해 출범 후 첫 독자 제재를 취하는 등 이전과는 달리 북한에 보다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외교적 해법만이 현재로선 유일하게 실행 가능하다”면서도 “무기고에는 많은 도구가 있고, 이것들을 계속해서 이용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미국의 달라진 태도가 감지되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다음에 미국의 제재는 일본의 목소리를 미국이 더 들어주면서 한-미-일 간 억지력 강화와 함께 대북 제재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대북정책의 변화의 시작점을 알리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장기교착 상태였던 미-북 관계가 갈등 고조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민 실장은 대외관계를 총괄해 온 김여정 부부장이 미사일 발사 현장에 동행한 만큼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여론에 부당한 이중기준이라며 직접 반발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홍민 실장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비난부터 시작해서 이 무기에 대한 기술적 평가, 그리고 실제 미국이 제재를 가하는 형세 등에 대해 북한이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순수하게 일반 국가의 자위권 차원에서의 국방력 강화인데 여기에 대해서 온갖 혐의를 뒤집어 씌워 공격하는 데 대해서 반발하듯이 아마 김여정이 나서서 반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 수뇌부의 이런 연초 행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으로 경제난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체제 결속을 시켜야 하는 국내정치적 이유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과 김정은 국방위원장 생일 80주년에 김정은 총비서의 새로운 10년이 겹치는 이른바 ‘혁명적 대경사의 해’이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10년의 최대 성과로 핵 무력 완성을 꼽아왔다. 김 총비서가 이번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나라의 전략적인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북한이 지난해 8차 당 대회에서 밝힌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핵 무력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8차 당 대회 당시 극초음속 미사일 이외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군 정찰위성 운영 등을 핵심 과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미-한 연합훈련이 있는 3월 이후 북한이 다음 순위의 전략무기 시험발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홍민 실장은 “북한이 가까운 기일 내 군 정찰위성을 운용한다는 것은 제 8차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 있는 내용인데 가까운 기간 내라고 했으면 극초음속과 거의 비슷하게 연구개발돼서 쏠 수 있는 상황이 임박했다고 봐야 한다"며 "군 정찰 위성은 결국 위성을 쏜다는 것으로 ICBM급의 로켓 추진체로 위성을 발사한다는 얘기이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라는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내놓은 상황에서 미국을 협상에 끌어내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 유예를 철회하고 행동에 옮기는 강수를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미중 간 전략경쟁 그리고 미러 간 우크라이나 갈등 상황을 전략적 도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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