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국군포로들이 손해배상금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사장 임종석)으로부터 받겠다며 제기한 추심금 청구 소송 1심에서 14일 패소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국군포로 한 씨, 노 씨 측은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리했지만 이후 북한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방법이 없자 경문협이 징수한 북한 영상저작물 사용료에 대한 추심 명령을 신청한 바 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단독 송승용 판사는 이날 “북한을 국가 혹은 비법인사단으로 볼 수 없으며 이에 피압류 채권자로서의 지위를 갖기 힘들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국내법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가 아니며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은 사단법인 규약으로 볼 수 없고 자산에 대한 규정 등도 없어 북한을 비법인사단으로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송 판사의 논리이다.

송 판사는 또 “한국 법률은 북한 지역과 주민 모두에 미치며 저작권법도 마찬가지”라며 “북한 정부가 저작권 사용료의 책임을 (대신) 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판결에 국군포로 측은 즉각 반발했다.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재판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을 비법인사단으로 규정해왔다”며 “오늘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선영 이사장은 "탈북해오신 80여분의 국군포로 어르신 뿐만 아니라 10여만 명에 달하는 6.25 당시 국군포로 어르신들을 모욕하고 그 명예를 짓밟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 법 논리에도 맞지 않고, 대한민국 헌법에도 맞지 않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국군포로 측 법률대리인 엄태섭 변호사는 “조선중앙TV 등에 대한 저작권은 사실상 조선민주주의공화국 당에 귀속될 것이 분명하다”며 북한 정부가 저작권 사용료의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바라본 송 판사의 판결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또 “재판부 측이 북한 저작권 사무국을 대리업자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형식에 근거해 판단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엄 변호사는 "모든 저작권료의 귀속주체는 실질적인 현상 자체가 조선민주주의공화국 당에 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실제가 그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률대리인 심재왕 변호사는 “상당히 퇴행적인 판결”이라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심 소송에서 이미 확정된 판결의 내용을 다룬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김태훈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 모임 회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본래 추심 소송에서는 확정된 판결의 내용을 다룰 수 없는데 이것을 왈가왈부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태훈은 회장은 "(서울동부지법 민사1단독 재판부가) 북한을 비법인사단으로 볼 수 없다, 북한 헌법을 규약으로 볼 수 없다 이렇게 (판단)했는데 그것은 전부 확정된 판결 내용을 다툰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추심소송에서는 기본이 된 확정 판결 내용을 다툴 수가 없게 돼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20년 7월 국군포로 한 씨와 노 씨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을 했다며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민사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며 각각 2100만 원, 미화로 약 1만 7천여 달러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국군포로 측은 2주 안에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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