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력 고도화…美 강경대응으로 대화 난항
우크라이나 사태, 北 내부사정 등 북미대화 걸림돌

지난 12일 북한 중앙통신은 전날인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발표했다. 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1월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 5일 이른바 ‘극초음속미사일’의 발사 때는 현장을 참관하지 않았다. 김정은 총비서가 미사일 발사 현장을 직접 찾은 건 2020년 3월 2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1년 10개월여 만이다. 그동안 북한은 탄도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 여러 다양한 무기들을 시험했지만 시험장에는 박정천 중앙당 비서와 북한 군 관계자들만 참석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이번 미사일 발사를 직접 참관하고 발사 직후 미사일 개발에 기여한 핵심 관계자들을 당 중앙위원회 청사로 초청해 이들을 축하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는 것은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통신은 "발사된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거리 600km계선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하며 초기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 방위각에로 240km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해 1000km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이 올해 들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국방력 강화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이 대북제재를 풀지 않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상황에서 당장은 대화보다는 자신의 힘을 비축하면서 향후 있을 수 있는 북미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의 과시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한국과 미국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1일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여러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며 이웃 나라와 국제 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회사 1곳을 대북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 제재 대상에는 북한 국방과학원에서 일하는 4명이 포함됐다. 국방과학원은 이미 2010년부터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유엔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판했는데,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 직전 미국, 일본, 유럽 4개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또는 발사체 발사에 관한 모든 보고가 극히 우려스럽다"고 하면서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모든 관계 당사자들 사이의 즉각적인 대화 재개를 촉구한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생각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의 유엔 주재 대사들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오판과 긴장 고조의 위험을 높이고 지역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극초음속 무기와 같은 신기술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해벽두부터 북한이 탄도미사일들을 발사하고 미국 정부가 이에 추가적인 대북 제재로 맞서면서 미북 사이에 긴장감이 서서히 높이지는 형국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날 선 용어들을 사용하지 않았고 미국 역시 북한의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대화와 외교적 관여를 지속하여 강조하고 있다. 미북 모두 상황 악화는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문제, 외부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미러 갈등, 타이완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미중 갈등 등 긴급히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이다. 북한 역시 2월에는 김정일 생일 80주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110주년 행사들을 치르는 문제, 악화되는 코로나 문제, 이로부터 산생되는 경제 위기와 주민 불만 고조 문제 등 내부적인 문제가 첩첩산중이다. 

양측 모두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북미 대화 개시 시점은 미러 갈등, 미중 갈등, 코로나 문제, 북한 내부 문제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올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북한이 여러차례 주장하듯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북미 대화는 요원할 수도 있다. 한반도통합연구소 정상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이 대화를 하려면 '태도를 바꾸라'고 말해왔다"며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강화한다면 북미 대화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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