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방연구원 주최 ‘디펜스 2040: 도전과 청사진’ 콘퍼런스
발사 준비단계에서 北 시설 무력화…사이버전, 선제타격 포괄
오바마 정부 시행, 바이든 정부에서 강화…한국 선택 주목

12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로 서울 중구에서 ‘디펜스 2040: 도전과 청사진’ 콘퍼런스가 열렸다. ⒸKIDA
12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로 서울 중구에서 ‘디펜스 2040: 도전과 청사진’ 콘퍼런스가 열렸다. ⒸKIDA

 

우리 국방은 6·25전쟁 이후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한 위협을 성공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을 힘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다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 능력을 증강하고 있고 미·중 경쟁으로 동북아 안보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집중했던 과거보다 더 많은 군사력 소요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40년 즈음에는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 상당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른바 '발사 왼쪽 전략'을 비롯한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미래전략연구위원장은 12일 한국국방연구원 주최로 서울 중구에서 열린 ‘디펜스 2040: 도전과 청사진’ 콘퍼런스에서 “미국이 지속적인 확장 억제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2040년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 현재보다 상당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 위원장은 “북핵 무력화를 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며 이른바 ‘발사 왼쪽 전략’ 도입, 한국형우주항법체계 구축, 한국형 방호전략 수립 등을 제시했다.

‘발사 왼쪽 전략’이란 ‘발사준비’, ‘발사’, ‘상승’, ‘하강’으로 진행되는 미사일 비행 4단계에서 ‘발사’ 단계 왼쪽에 있는 ‘발사준비’ 단계에서 미사일 기지, 이동식 발사대 등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사이버전을 통한 사전발사 차단 시도에서부터 선제타격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전략은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2016~2017년 북한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실제로 적용해 80% 이상 성공했던 작전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발사의 왼편작전'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존 하이튼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2021년 2월 23일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 주최 화상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방어체계와 관련해 “요격에 초점을 맞춘 기존방어전략은 요격체계의 수량을 고려할 때 한계가 분명하다”며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차단하는 ‘발사의 왼편’에 초점을 둔 종합적인 방어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네스 윌즈바흐 미 태평양공군사령관도 “태평양 공군은 사이버사령부와 우주군 등과 함께 발사의 왼편전략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운수 극동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발사의 왼편전략’이 두 가지의 큰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해석한다. 첫째,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사이버 억지전략’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억지전략이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보복하겠다는 억지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이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미사일 발사 후 보복에 의한 억지 개념을 넘어서 발사 전에 선제공격하겠다는 ‘능동적 억지 개념’을 밝힌 것이다. 능동적 억지 개념이란 공격징후가 포착되면 공격이 현실화하기 전에 ‘선제타격’하는 개념으로, 기존 억지전략보다 상향된 대응개념이다. 즉, 선제자위권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군이 추진하는 선제타격 체제인 ‘킬체인(Kill-chain)’ 전략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그 수단과 효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군의 킬체인 전략은 그 수단이 미사일인 데 반해 미국의 ‘발사의 왼편작전’의 수단은 ‘사이버 전자전’이다. 즉, 비살상·비파괴 수단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왜 무력화됐는지, 누가 공격했는지 그 정체를 쉽게 알 수 없고 따라서 즉각적인 보복을 하기 어려운 무형의 전력이다.

조남훈 미래전략연구위원장은 "2040년 즈음에 북한 핵 능력이 지금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큰데 이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핵 대응 능력에 대한 한국군의 충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는 발사 왼쪽전략 도입, 발사단계에서 적 미사일 무력화, 한국형우주항법체계 구축 및 한국형 방호전략 수립 등을 통해서 북한 핵을 무력화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또 “호혜적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다자협력을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인 국방외교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는 이어진 좌담회에서 “2040년 안보환경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국방전략은 북핵의 위협이 증가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춰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전술적으로 사용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고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핵방어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평화적 해결이라는 희망적인 사고에 젖어 이런 준비를 소홀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2040년 즈음이면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며 “변화하는 국제관계 속에서 우방국들과 힘을 합쳐 군사력, 경제력 등 다양한 방면에서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훈 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은 “미래 전쟁을 바라보는 데 있어 첨단기술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과거 전쟁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함께 갈 가능성이 크다”며 “양적인 측면에서의 군사력 확장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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