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2월 14일 북한 평양에서 3차 핵실험을 축하하는 대규모 군민집회가 열렸다.(사진=KBS TV 캡처)
지난 2013년 2월 14일 북한 평양에서 3차 핵실험을 축하하는 대규모 군민집회가 열렸다.(사진=KBS TV 캡처)

 

미국 등 서방의 주요 언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을 평가하면서 핵 개발에 집중하는 가운데 경제난과 고립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에 다시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세계 주요 언론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경제난 악화와 고립 심화 등 어려움을 부각했다.

◇ 김정은 핵과 경제 동시 개발 실패…경제난 심화

미국의 ‘AP’ 통신은 ‘10년차 중대 기로에 선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강력한 제재, 팬데믹, 경제적 어려움이 모두 겹치면서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중 가장 어려운 때를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핵과 경제를 동시에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장기 집권에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 해제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만 의미 있는 제재 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김정은의 10년: 핵실험, 외교, 그리고 K-팝’이라는 기사에서 지난 10년간 북한 관련 주요 사안을 소개했다.

신문은 “김정은 통치의 첫 10년은 커지는 핵 야욕, 역사적 외교, 심각한 경제난, 팬데믹으로 인한 극단적인 고립으로 특징지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올해 초 대북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미국을 ‘주적’이라고 부르며 핵협상에 복귀할 신호를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영국 ‘로이터’ 통신도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더 잘 무장됐지만 매우 고립됐으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김 위원장이 10년간 핵무기 개발을 추구한 결과 고립이 심화됐으며, 사상 최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무기는 김 위원장이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돌파구를 찾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그의 무기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어려운 결정을 하든지, 아니면 정치적 통제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경제를 부양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도 ‘김정은 치하 북한은 더욱 고립되고 억압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밀레니얼 독재자는 핵야욕, 경제 실험, 대담한 외교에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넘어섰고, 국내외의 예상 보다 권력을 더 빨리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가 북한의 핵과 사이버 능력을 극적으로 확대했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동시에 북한 경제는 제재로 인해 ‘너덜너덜 해졌다’고 밝혔다.

미국 전문가들도 같은 진단을 하고 있다. 2003년에서 2006년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전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15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언급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현 상황에서 경제 개혁과 주민들의 경제 복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디트라니 전 소장은 말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국장도 “지금이 김 위원장 집권 이래 가장 힘든 때인 것 같다”며 “코로나와 국경 봉쇄, 자연재해와 제재라는 모든 제한 요소들에 직면하면서 경제를 운영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김 위원장의 적법성과 유산은 ‘경제를 복원’하는 데서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정은 10년, 탈북 단속 강화’

영국 ‘BBC’ 방송은 2년 전 한국에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를 비롯한 탈북자 10명을 인터뷰해 김정은 치하 10년간 북한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했다.

BBC는 특히 ‘(북중) 국경 감시가 유례없이 강화됐으며, 땅에는 덫이 놓이고 가시 철조망도 세워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자유를 줄 힘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천500만 명의 북한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고립돼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도 ‘김정은의 단속으로 탈북민들이 희망이 없다’는 기사에서 탈북자 하진우 씨의 인터뷰를 실었다. 하씨는 인터뷰에서 “탈북 무조건 다 차단시키고 시장 같은 경우에도 예전에도 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줄어들고, 사람들은 강제 동원에 더 많이 내보내고 벌금을 더 많이 걷어가고 이러니까 사람들이 요즘에는 살기 너무 어렵다고 지금 굶어 죽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 CNN ‘베이징 올림픽 이후 도발 예상’

미국 ‘CNN’ 방송은 김정은 위원장이 10월 이래 무기 실험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베이징올림픽과 2022 중국 공산당 당대회 이후 다시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은이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제시한 전술핵무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 잠수함발사핵미사일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이 핵 프로그램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가 있다며, 북한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을 경우 그 결과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CNN은 그러면서 김정은이 오래 집권할 것이라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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