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기념하는 군 열병식을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면서 신형무기를 선보였다. (사진=조성중앙통신 캡처)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기념하는 군 열병식을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면서 신형무기를 선보였다. (사진=조성중앙통신 캡처)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특보와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과 미사일 개발로 권력을 공고히 했지만 스스로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대가도 치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두 전문가는 1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바이든 행정부가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종전선언은 비핵화 과정과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인혼 전 특보와 스나이더 국장은 VOA와 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아이훈 전 특보는 김정은 총비서의 10년 집권에서 특징적인 점으로 김 총비서의 높은 가시성을 꼽았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었던데 반해 김정은 총비서는 몇 주동안 사라지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얼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아이훈 전 특보는 김 총비서의 지난 10년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을 확장하고 다양화하기로 결심한 시점이라고 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김정은 체제 아래 북한의 지난 10년에 대해 "김정은이 처음에는 할아버지를 따라하는 통치를 시작했지만 점차 그의 통치가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며 "김정일이 기근에서 벗어난 후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했던 모습이 그렇다"고 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긴축과 재중앙화 조치를 취한 것처럼 김정은 체제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스나이더 국장은 "개혁에 대한 노력이 뒤따른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김정은 체제 아래 북한이 다시 기근으로 빠져들 수 있는 긴축정책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핵 프로그램은 김정은 체제 아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산을 부각시키는 정당성의 도구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불안정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한다고 인식할 수 있지만 결국 김정은의 경제적 목적 달성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권력을 더 견고하게 한다고 믿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김정은은 핵 억제력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정권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믿는다고 생각한다"며 "협상으로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북한 침략을 억제하고 한국 위협적일 수 있다고 김 총비서가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혼 전 특보는 "김정은은 그런 것이 국내적으로도 자신의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 같다"며 "특히 북한의 중요한 권력기구인 군부가 그러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과 무기 프로그램이 실제로 북한 정권의 국제사회 외교적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 아이혼 전 특보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아인혼 전 특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엄청난 경제 제재 등을 초래하 김정은 정권을 정치적으로 고립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정은은 핵 프로그램 없이는 아무도 그의 나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그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그의 나라와 그 자신을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선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핵 미사일 프로그램의 국제적 효과에서 김정은에게 혼재된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스나이더 국장도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들이 북한의 외교적 목적에 장애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핵 프로그램이 유용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김 총비서가 처한 상황은 여전히 고립돼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밝힌 여러 목표들도 어떤 지속적인 방식으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근 미국이 북한과 연계된 개인과 기관들을 대상으로 인권 관련 제재를 부과한 것에 대해 아이혼 전 특보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마주 앉아 대화하기를 꺼리는 것에 매우 좌절하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제재가 부과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최근 제재 조치는 핵 문제에 대한 대화 의지의 반영일 뿐 아니라 북한의 인권유린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국장도 "북한에 대한 제재 지정은 인권 문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북한이 외교에 나서지 않는 또 하나의 명분으로 삼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국과 미국, 북한, 중국이 한국전쟁에 대한 종전선언을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두 전문가는 종전선언이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그것이 관여를 촉진하고 핵 문제에 대한 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회의적"이라며 "바이든 팀은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준비는 돼 있겠지만 그건 핵 문제를 진전시키는 조치의 일환일 때 그렇다"고 말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팀은 선언 하나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킬 것이라는 점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실제 현실보다도 문 대통령의 희망을 둘러싼 분위기를 전달했다고 생각한다"며 "올바른 접근법은 북한과 미국의 우선 순위들을 하나로 묶어 연결하는 관점에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종전선언도 있을 수 있겠지만 비핵화 문제도 함께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양측은 공동의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해 일치된 방식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종전선언이 ‘최종 단계’가 아니라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이 이뤄진다고 한다면 핵 문제와 하나의 묶음으로써 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아인혼 전 특보는 "종전선언은 첫 단계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와 다른 당사국들 간의 평화협정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평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건 비핵화를 향한 조치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구체화된 접근법"이라며 "비핵화  없는 상황에서 평화 협정이 맺어지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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