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美, 北행동 변화 없이 인센티브 안주겠다는 것"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권'에 이어 '테러 지원'에 대해 계속해서 북한을 언급함에 따라 북미대화 재개가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2020년도 국가별 테러 보고서'에서 북한을 명단에 올렸다. 보고서는 2017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된 이후 4년 넘게 이 명단에 남아있는 북한은 반복적으로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하고 있으며 과거에 저지른 테러범죄에 대해서도 해결 의지가 낮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을 지적하며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처음 지정했다.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등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테러지원국에서 북한을 제외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을 '살인정권'이라고 명명하며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에 피살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테러지원국에 지정되면 미국의 수출관리 법규에 따라 △무기 수출 금지 △테러 전용 가능성 품목 수출 금지 등의 규제와 △일반 특혜 관세제도 적용 금지 △수출입 은행 보증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단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전 방위적인 대북제재 아래에 있고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도 적용되고 있는 만큼 일련의 조치는 실효성보다 일종의 '불량국가'라는 낙인이 찍히는 상징성 측면이 크다는 평가다.

존 고드프리 국무부 대테러 조정관 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여러 영역에서 북한의 행동은 여전히 문제가 있고 우려된다"며 "그것이 명단에 남아 있는 이유의 일부"라고 답했다.

미국이 이번에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잔류시킴에 따라 향후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지난 2019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을 내세워 미국의 '2018년 국가별 테러보고서'에 대해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단죄하며 전면 배격한다"며 "북미대화의 창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핵심 기조인 '인권'을 내세우며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조건 없는 대화'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결' 등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반(反)인권 행위'를 이유로 북한 중앙검찰소와 전 사회안전상인 리영길 국방상을 경제 제재 명단에 포함하는 바이든 행정부 첫 대북제재를 가동했다.

또한 '북한 노동자의 강제노동' 등의 내용을 담은 '인신매매 보고서' 준비에 돌입했고, 15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비공개회의를 요청하고 미국·영국·프랑스 등 7개국과 북한의 인권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련의 행보는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론적' 접근의 일환이지만 북한이 대화 재개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적대정책 철폐'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결국 북미대화 재개의 모멘텀 형성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뉴스1에 따르면 신범철 백석대 초빙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는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가 없이는 미국이 먼저 입장을 바꿔 대북제재 완화 또는 테러지원국 해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압박은 하지 않으면서도 원칙 차원의 대응이라는 미국의 전반적인 기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북한도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으로 교역 등으로 가시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하에 당분간은 미국과 만날 필요성이 별로 없는 것"이라며 "자력갱생에 더욱 매진하며 체제 결속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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