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보이콧 불참' 의사 피력…남북관계 中 역할 기대하는 듯
전문가 "차기 정부 동맹복원 과제" vs "中, 韓에 줄 선물 고려할 듯"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미국 주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불참을 시사하면서 동시에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추진에 힘을 싣고 있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 전까지 앞으로 3개월여 동안 한중정상회담 가능성·올림픽 참여 등을 통해 한중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한미관계는 대북관계를 두고 계속 엇박자를 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文 '보이콧 불참' 의사 피력…美 "한국 스스로 내릴 결정"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선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를 권유받은 바 없다"며 "한국 정부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답했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관련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국과 호주가 미국과의 동맹을 외교·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면서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선 중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보이콧 불참'이라는 직접적인 발언은 없었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중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는 발언에 비춰 '보이콧 불참'을 우회적으로 밝혔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또한 청와대와 외교부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최국으로서 도리와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이는 미 국무부의 반응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도 문 대통령의 '의중'을 읽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잘리나 포터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같은 날 전화브리핑에서 "올림픽 참가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이나 다른 정부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하기 전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협의했다며 이번 결정이 신장위구르에서의 중국의 인권유린과 잔학행위에 대한 대응임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까지 미국의 보이콧에 동참한 국가는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첩보동맹) 참여국 정도다. 또한 대만대표처 개설로 중국과 마찰을 빚어온 리투아니아를 비롯해 코소보도 합류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올림픽 보이콧은 미중패권 경쟁 속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첫 '미중 양자택일' 요구다. 정치 생명을 건 '승부수'라는 얘기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나오는 '제로섬 게임'에서 패자는 분명 그에 따른 분명한 뒷감당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차기 정부 동맹복원 과제 떠안겨" vs "中, 韓에 줄 선물 고려할 듯"

일련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외교적 수사'를 쓰긴 했지만 보이콧 불참 의사를 비교적 분명히 했고, 미국은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동맹 공조 이탈'로 여길 여지는 남겼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중국 외교부는 13일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중 우호의 구현"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향후 올림픽 개최가 임박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보이콧 참여'로 입장을 번복할 수 없게 하려는 '예방 작업'이라는 평가도 내놓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올림픽 보이콧 불참에 따른 한미·한중관계에 미칠 여파와 관련해 차기 정부에 '동맹복원'이라는 과제를 떠안겼다는 지적과 '중국의 선물'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낙관론'으로 의견이 갈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관계가 삐거덕거리는 모양새가 계속 연출되고 있는데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여든 야든 '동맹복원' 작업을 해야하는 부담을 가질 것"이라며 "또한 중국은 내년 초 화상 방식의 한중 정상회담 등을 기회라고 여기고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반면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한국에 줄 선물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외교적 보이콧을 상쇄할 수 있는 북한 견인과 관련된 이벤트 가능성도 아주 없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한국의 외교적 보이콧 불참 여부보다 중국은 도쿄올림픽에 대한 '빚'이 있다는 입장에서 향후 일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거기에 따른 대응을 할 듯"이라고 했다.

◇文 '종전선언' 거듭 피력, 중국 역할론 기대…일각선 "美 의지도 중요"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호주 국빈방문에서 여러 차례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결국 올림픽 보이콧 불참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북한이 참석했던 평창 때처럼)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역내 평화의 올림픽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해 아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참석 시나리오에 희망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박 수석은 '대통령이 올림픽에 방문할 수 있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대통령 말을 전제로 모든 가능성과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런 말을 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너무 이르다"라고 답했다.

그간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김 총비서가 중국을 방문한다면 문 대통령의 방중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경 봉쇄 등 극도로 민감하게 대처하는 김 총비서를 감안할 때 코로나19 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방중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 문 대통령의 보이콧 불참을 시사하는 발언이 있은 지 하루 만인 14일 종전선언과 관련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원곤 교수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어떻게든 중단된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관계를 개선해보겠다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그런데 최근 미국은 대북제재 발표 등 얼마만큼 종전선언 등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마지막 배팅을 중국에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중국과의 밀착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핵심인 북한 견인을 두고 '중국 역할론'에 기대감을 가지는 것은 일종의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위해 중국이 협력이 필요하니까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며 "그런데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의 핵심 당사자는 북한과 중국만 있는 게 아닌 미국도 있다. 종전선언에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의 입장을 일부 들어주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 부분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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