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협상하려면 성과와 결과 중심으로 접근해야
지속적 협상 가능케 하는 실무 절차 구축해야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 담당특사가 10일 서울에서 열린 '한반도 정세 변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주제로 한·미 평화통일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 담당특사가 10일 서울에서 열린 '한반도 정세 변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주제로 한·미 평화통일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미가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이미 내놓은 것보다 더 구체적인 이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10일 서울에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재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좀 더 구체적인 이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 담당특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을 받아들이는 상황을 가정하면 미북 대화나 6자회담 등 다자협상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 차례 또는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북한에 일종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서 진전을 보인다면, 미국은 그에 대한 대가로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 경제발전 원조, 관계 정상화 등을 기꺼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이 비핵보유국으로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면 평화로운 원자력 에너지를 제공하거나, 북한이 주장하는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주권국가로서의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종전선언과는 별개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이 계속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주한미군 주둔과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의지는 한미 간에 합의한 사항이며, 이는 양자적인 동맹국 간의 문제인 만큼 어떠한 형태의 종전선언도 여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같은 토론회에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전제로,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최우선순위라고 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의 정치적인 문제들 때문에 한반도 문제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며, 미국보다는 한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자누지 대표는 다만 이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으로,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다소 이견을 보이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자누지 대표는 "한미가 원하는 목적지가 동일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평화, 한반도의 비핵화를 낙관한다"며 "다만 평화 정착방안을 어떻게 시작하고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 그 진행 방식에 약간의 이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누지 대표는 그러면서 종전선언이라는 발상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반드시 평화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 즉 일종의 ‘보증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 겸 소장도 북한에 좀 더 구체적인 조건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타운 소장은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언제 어디서든 만나자’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것이 일종의 판단 착오일 수 있다며, 이는 접촉이 실패했을 경우 높은 실패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북한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협상과 관련한 ‘위험과 보상’에 대한 평가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성과와 결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며, 하나의 크고 지속적인 협상을 가능케 하는 실무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연 기자 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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