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교수 "안보상황 따라 주한미군 유연성 재론 가능성…대비해야"

한미연합 군사훈련 모습 Ⓒ국방부
한미연합 군사훈련 모습 Ⓒ국방부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서울에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마친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1개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의 골자는 첫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작전계획(작계)을 최신화하고, 둘째, 전시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 OPCON) 보완을 위한 전략기획지침(Strategic Planning Guidance, SPG)을 11년 만에 작성, 승인한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 한·미 양국이 2022년에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ull Operational Capability, FOC) 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한·미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유엔사의 정전협정 준수와 이행에 관한 역할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유엔사가 68년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성공적으로 기여해 왔으며, 대한민국의 주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가운데 그 임무와 과업을 수행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하였다(reaffirmed)”고 밝혀 유엔사의 역할과 기능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lobal Posture Review, GPR)’를 완료했다고 발표하고, 미·중 간 대결적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을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2021.1.20) 10개월 만에,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 작성 지시(02.04)가 있은 지 9개월이 경과한 11월 29일(현지시각)에 미국 국방부는 GPR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02.04)에서 GPR은 “국익 추구를 위해 어떤 병력 배분이 가장 나은지 국방장관이 군 사령관들에게 조언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정책 담당 차관이 합동참모본부 의장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 주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스틴 장관은 국방과 외교가 상호 배타적이지 않음(not mutually-exclusive)을 강조하고 “우리는 검토 과정에서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상의할 것”이라며 “올해 중반까지 검토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GPR이 최초로 등장(2003.11.25)하게 된 데에는 2001년 9·11 테러 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1세기에 대두된 새로운 위협(테러, WMD 확산, 마약, 불량국가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이를 위해 2차 대전 이후 60년 이상 ‘붙박이’로 고정되어 있는 해외 주둔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를 배경으로, 해외주둔 미군들을 재조정하여 적시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 편제의 중요성이 부시 행정부 내에서 세를 얻기 시작했다.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제고와 신속기동군화 개념이 부상했다. 

미국은 탈냉전 이후 글로벌 차원에서 미군 기지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고정 전방주둔군에서 후방 분산배치와 신속기동군으로 개념과 전략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강(大綱)의 기조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53차 한·미안보협의회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 배경으로 미국이 2021년 전략 환경을 9·11테러 직후의 상황에 버금가는 중대한 국면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무부에서 한 외교정책 연설(2021.02.05)을 통해 외교정책, 국가안보 우선순위와 부합하도록 국방부가 세계 미군 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중국 견제인 만큼 금번 GPR의 핵심 키워드는 중동지역과 남아시아에서 벗어나 반중국(counter-China)으로 집약할 수 있다.

세부 내용은 기밀에 부쳐졌지만, 미국 국방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잠재적인 군사적 공격을 억제하고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동맹간 협력 강화를 위한 주문이 포함됐다”고 밝혔다.5)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GPR는 사실상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괌과 호주 미군기지의 비행장 및 기타 인프라 시설을 개선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6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3일 개최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을 규합하는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COP26 이튿날 중국의 일대일로전략(Belt and Road Initiative, BRI)을 견제할 목적으로 기 발표된 ‘더 나은 세계 재건’(The Build Back Better Framework)7) 세션을 주재했다.
 
사실 중국판 유라시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BRI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IPS)으로 제어할 수 있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가 이번 검토 작업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구하는 BRI 대상 지역이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서아시아·중동·동남부 유럽에까지 이르기 때문에 미국은 NATO로 중국 서쪽 지역을 견제하고, 중동에서는 걸프 지역 및 역내 주둔 미군과 우방국들 간 연대(partnership)로 제어하며, 동쪽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과 동맹국 및 우방국의 기여를 접목해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 

한편, 공동성명에는 안보협의회로서는 처음으로 ‘5G, 6G 협력’(15항)과 ‘대만 문제’(16항)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2021년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협력과 관련해서는 “5G, 차세대 이동통신(6G) 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만해협은 미·중 경쟁의 지정학적 최전선으로 일컬어지며, ‘5G, 6G’도 미국이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 힘을 쏟고 있는 분야다.

마라 칼린 미국 국방부 정책부차관은 GPR 발표 당일 브리핑에서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의 변화 여부에 대한 질문에 “가까운 동맹에 대한 우리의 확장 제16)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어떤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2022년 초 발간될 예정인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17)에 바이든 행정부가 ‘핵무기 1차 불사용’(No First Use, NFU) 원칙을 담을 지를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우려18)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주한미군 규모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역내 안보 상황이 급변할 경우 주한미군의 유연성이 재론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아베 전 일본 총리의 대만 분쟁 시 개입 관련한 발언과 이에 대한 중국의 거친 대응이 시사하듯, 미·중 간 대결적 경쟁이 야기하는 파고(波高)가 점차 높아질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해 국내 정책서클 간 숙의가 필요한 때이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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