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평화통일 포럼서 전문가들 '종전선언' 전망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개최된 '2021 한‧미 평화통일포럼' 현장 모습.(사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개최된 '2021 한‧미 평화통일포럼' 현장 모습.(사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한 전문가들은 10일 종전선언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명분이 될 수 있다면서도 불씨를 살리려면 구체적인 이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한반도 정세 변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주제로 한·미 평화통일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공동 포럼은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변화 가능성’과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한미동맹’의 두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제1세션에서는 이관세 소장의 사회 하에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한반도 정세 변화와 북한의 대응전략’을, 권영경 평통 경제·과학분과위원장이 ‘북한 경제 상황 변화 가능성’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발제자인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종전선언은 북한이 다시 도발의 패턴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는 인센티브이기도 하고 북한이 대화로 나올 수 있게 하는 명분이기도 하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종전선언 논의 속에 담아 교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북미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모멘텀으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를 위해 "종전선언을 너무 무겁게 다루기보다는 그것을 보다 가볍게 다루어 합의 가능한 내용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1세션에서 발제하는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좌), 권영경 민주평통 경제·과학분과위원장(우) (사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세션에서 발제하는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좌), 권영경 민주평통 경제·과학분과위원장(우) (사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권영경 위원장은 “북한이 최초로 글로벌 SDGs 이행 의사를 밝힌 것은 다자적 개발협력의 수용을 통한 경제개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북한경제의 변화 가능성을 위해 평화적 대외환경의 구축이 필요충분조건”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협상담당 특사와 김연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이 각각 토론을 진행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특사는 “한반도 종전선언은 남과 북이 통일되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한미의 과감한 합동 체스쳐”로 정의하고,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을 따른다고 가정하면 미국과 북한 간 또는 6자회담 등의 다자회의 형태의 탐색 협상 또는 공식협상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한 차례 또는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북한에 어떤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진전을 보인다면 그에 대한 대가로 안전보장, 제재 해제, 경제발전 원조, 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기꺼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로드맵을 제시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비 핵보유국으로써 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면 평화로운 원자력 에너지를 제공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주권국가로서의 권리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호 부소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새롭게 신뢰를 구축해 나가고 현상을 타파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며, “한국의 새정부와 대북정책을 어떻게 공조해 나갈지가 큰 변수이므로 한국은 장기적 북핵 해법 모색을 미국 측에 계속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세션에서는 배기찬 전 평통 사무처장의 사회 하에 제니 타운 38North 선임연구원 겸 소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 방안’을,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이사장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한·미관계’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2세션에서 발제하는 제니 타운 38North 선임연구원 겸 소장(좌),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소장 겸 이사장(우) (사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세션에서 발제하는 제니 타운 38North 선임연구원 겸 소장(좌),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소장 겸 이사장(우) (사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니 타운 소장은 “현재의 정치·경제적 환경에서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려면 단기간에 구체적인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협상지속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미국 시민의 북한여행 금지 조치 해제,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에 대한 장애물 제거 및 UN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다른 형태의 관계구축을 원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언제, 어디서든" 만나자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것이 바이든 미 정부의 판단 착오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 접근법이 실패했을 경우 북한 측에서 발생하게 될 높은 실패비용에 대해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8-2019) 과거의 협상을 발판으로 삼아 명확한 이정표를 세우고, 단기간에 구체적인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협상 지속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시민의 북한여행 금지 조치 해제, 북한에 식량과 의료품을 제공하려는 미국의 인도주의 단체에 대한 장애물 제거 등을 거론했다.

자누치 맨스필드 재단 이사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정치문제 때문에 한반도 문제를 자연스레 보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북한의 의도를 경계의 눈빛으로 보고 비핵화에 대한 약속에만 의존하는 신중한 점진주의로는 북한과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주도권을 북한에 넘겨줘 버리고 퇴임을 앞둔 한국정부와의 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각각 토론을 진행했다.

양무진 부총장은 “종선선언의 핵심은 문안에 대한 북한의 수용 여부와 추진 타이밍이 중요하므로 북한이 결단하고 미, 중 등 관련국들과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한·미·일 3각협력 구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므로 한국의 새 정부는 한일 관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선 적대정책 철회 주장과 미국의 선 비핵화 실질조치 주장 간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협상 재개를 위한 방안과 함께 협상 개시 이후 상황 관리 전략 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호 조지 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토론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내년) 한국의 새 정부와 대북정책을 어떻게 공조해 나갈지"와 "중국이 이 사안에 대해 과연 어떠한 전략적 포지셔닝을 할지"도 향후 정세의 큰 변수로 꼽았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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