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6일, 내년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미북, 남북, 북중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종전선언과 한반도평화 구상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사실상 무산됐고, 미∙중 관계의 악화로 종전선언 채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분석한다.

 

베이징 올림픽 엠블럼.
베이징 올림픽 엠블럼.

 

2022년 2월에 개최 예정인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미국이 어떤 정부 관리나 공식 대표단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국이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베이징 올림픽에 미국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충돌하는 모양새다.

◇ 미 ∙중의 베이징올림픽의 정치적 함의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중화인민의 자긍심을 강조하면서 정권의 공고화를 추진하는것을 제1 목표로 삼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에 대한 인민들의 자신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인류 공동의 미래를 건설하려는 국가(중국)의 확고한 신념을 보여줄 것” 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중국정부는 올해 중대한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통해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정권안정을 더욱 공고화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은 국내정치 안정을 바탕으로 대외적 역량 강화를 위한 대외연대 및 지평을 확장해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전략적 및 경제적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도전적 요인을 중국의 부상이라는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중국이 시도하고 있는 경제, 외교, 군사, 기술적 영향 강화에 대한 전략적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1여년간 대외정책 추진 과정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미국의 군사-안보적 역량을 동아시아 지역에 다시 집중하는 것이었으며, 아시아재균형 전략을 실체화 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추진 및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직접적인 역할 완화 조치 등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면서 거시적인 대외정책의 재조정을 추진했다.

미국은 당분간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여 2차세계대전 이후 조성된 자유-국제질서의 유지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어떠한 역내의 ‘현상 변화’ 시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역사적 전환을 주장하고, 자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 수호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 왔다. 따라서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향후 중국의 국제행태의 미묘한 변화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변환시기에 한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응방안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와 동시에 한반도를 넘어서는 불안정 요소들도 대응할 수 있는 자강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 미∙중 갈등 악화 속 예견된 상황

미 백악관이 지난 6일, 중국 동계올림픽에 대한 보이콧을 발표한 것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을 지낸 이성현 미 하버드대 페어뱅크센터 방문학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 외교적 불참을 선언한 것은 미∙중 갈등과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한 상징적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성현 전 센터장은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시진핑 주석의 연임을 앞두고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데 국제사회를 들러리로 서게 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의도인데, 그런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상징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센터장은 “임기 초부터 인권 외교를 강조한 바이든 행정부가 고위 인사를 올림픽에 보낸다면 스스로 원칙을 어기는 것일 뿐 아니라 특히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에서 큰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도 이미 미국의 보이콧을 대비했을 거란 관측도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이상만 중국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결정에 큰 충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만 센터장은 “미국이 그동안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보이콧 분위기를 내비쳤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도 이를 대비하면서 크게 걱정은 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앞으로 10~20년 정도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관계가 주요 현안이 될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내부 결속을 다지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충격은 안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지금 중국의 부상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매우 고조되고 있는 국내 정치 상황에서, ‘이제 중국이 얼마 있지 않으면 미국을 초월할 텐데 기울어 가는 미국은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라는 국내적인 선전이 먹혀들어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라는 것은 워싱턴에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중국 국내 인민들에게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선전이자 심리적인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올림픽 불참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담당 국장은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은 미국과 중국을 놓고 편 가르기를 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외교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과 중국에도 이를 계기로 진정한 동맹국을 구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덧붙였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반응들이 나타났다. 영국, 호주 및 캐나다와 같은 영연방 국가들은 미국과 협력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했으나 유럽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외교적 보이콧의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참에 미온적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핵심 동맹국인 일본은 베이징 올림픽에 고위 각료를 파견하지 않고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양태를 보였지만 중국정부의 인권탄압 문제는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2018년 평창 올림픽 개최국이자 2022년 한-중 수교 30년을 앞둔 상황에서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반도통합연구소 손상현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은 중국을 둘러싼 국제 외교 관계까지 험악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 연구위원은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올림픽 보이콧이 내년 가을에 예정된 중국 공산당 대회에 대한 큰 충격이 될 수도 있어 미중 관계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이번 달 영국에서 열리는 G7 외무장관 회담에서 미국에 동조해달라는 얘길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을 둘러싼 외교 관계가 점점 험악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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