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타운 "북미관계, 비핵화 접근법에 대한 재고해야"

2세션에서 발제하는 제니 타운 38North 선임연구원 겸 소장
2세션에서 발제하는 제니 타운 38North 선임연구원 겸 소장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공동으로 10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한·미평화통일포럼'을 개최했다. 제니 타운 38 North 선임연구원 겸 소장은 제2세션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한미 동맹' 발제자로 나서 '북미관계, 비핵화 접근법에 대한 재고'를 주제로 발표했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처음에는 막으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나중에는 북한의 핵보유국으로 가려는 결정을 뒤집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북한을 비핵화 프로세스에 참여시키려는 합의가 여러 차례 성사된 바 있지만 그 어느 합의도 지속적이지는 않았으며 양측의 불신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상주도 외교는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 접근법에서 벗어난 것이었지만 관계변화나 비핵화를 향한 더 거대한 프로세스를 향한 첫걸음 조차도 떼지 못한 채 합의에 실패하고 말았다. 바이든 행정부 에서는 “공을 북한에 넘겨주며” 북한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좀 더 전통적인 외교적 접근법으로 회귀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접근법은 실패할 경우 북한측에서 발생하게 될 높은 실패비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에게 어떤 일련의 행동을 권고하는데 따르는 부담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도출을 보장하지 않는 “언제, 어디서든” 회담을 재개하자는 개방형(open-ended)요청은 북한측에 매력이 거의 없는 제안이다.

현재의 정치 경제적인 환경에서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려면 미국은 자신의 전략을 재고해 보고 좀 더 거래적인(transactional) 접근법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협상을 발판으로 삼아 명확한 이정표를 세우고, 단기간에 구체적인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협상지속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언제, 어디서든” 이라는 판단착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게 “언제, 어디서든” 만나 자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지만 그 초청장에는 단시일 내에 구체적인 성과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빠져 있다. 

미국은 북한측에서 발생하게 될 외교적 실패 비용의 증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합니다. 전(前) 북한 외무상 그리고 2018-2019년의 외교 협상팀이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를 보면 김정은 총비서에게 권고나 자문을 하는 이들과 협상가들이 기대 부응을 위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어떤 액션을 취할 때 마다 무언가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어야만 한다는 기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특히 정해진 기한내에 성과도출에 실패하게 되면 더 많은 권고를 하는데 따르는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다른 형태의 관계구축을 원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조치를 기꺼이 취한다면 북한이 미국의 열린 초대에 응하도록 잠재적인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시민의 북한여행 금지조치 해제, 북한에 식량과 의료품을 제공하려는 미국의 인도주의 단체에 대한 장애물 제거, 심지어는 인도적인 대북지원을 위한 UN의 자금지원 요청에 응해 기부를 하는 등의 액션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직접적으로 북한에 무언가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는 다른 북미관계의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북미관계에서 실현가능한 것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패턴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에 더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이런 종류의 일방적인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매우 일관되고 동일한 논의 포인트를 오랫동안 다양한 주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그러나 그런 언사는 북미관계를 2018년 이전의 관계로 회귀시켜 버렸다.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며 대북제재의 본격화와 대북 억지 강화의 필요성 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북미관계 전반을 변화시키고, 안보상황을 개선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필요성과 포부를 확인하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당시의 소위 “노력노선(lines of effort)”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논의 포인트는 좀 더 전통적인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지만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통해 특히 단기간에 새로운 결과도출이 가능하리라는 확신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 전통 파괴하기

여러가지 측면에서 미국의 대북 외교접근법은 1990년대 초반 북한과 처음으로 대 협상(big negotiation)을 진행했을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상대적인 고립상황 및 빈약한 자산 등을고려하여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수준보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관련 인프라가 훨씬 더 잘 구축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94년에 체결된 제네바 기본합의는 북한의 핵보유국 야망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다.

이는 북한이 8년간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하고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계획한 수준 보다 극히 일부 수준으로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2002년 도전과제가 발생하자 북한은 재협상 대신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는 쪽을 선택했고 이는 상황이 어려워지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선례가 됐다.

그러나 장기적인 협상과 대합의를 통해 한 국가의 핵개발 프로그램 구축을 저지하려는 시도는 마치 정차 되어있는 기차가 역을 떠나지 못하도록 막는것과 같다. 이미 오래전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라는 열차는 역을 떠났다.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 이후 다섯차례의 핵실험을 하며 각 실험 때마다 더 진보된 성과를 과시해왔다. 뿐만 아니라 몇 년에 걸쳐 북한의 핵관련 운반 시스템 역시 보다 장거리를 운반할 수 있는 다양하고 내구성을 갖춘 시스템으로 거듭나며 유의미한 진전을 보여왔다. 

확실한 것은 움직이는 열차를 멈추고 다시 역으로 끌고 들어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력과 민첩성,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협상 전략은 그에 맞춰 변화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큰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며 장기적인 협상공식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각각의 외교노력이 실패하고 합의가 파기되면서양측의 불신과 회의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계속 선로를 따라 내려가며 속도를 내고 있다. 

한반도의 상황은 협상에서 더 높은 민첩성이 필요한 상태이다. 즉, 더 큰 협상에 발 묶이지 않고 진전을 이룰 기회를 창출 및 포착하는 한편 더 큰 협상을 위한 목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미국은 각각의 협상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기 보다는 이전의 협상내용을 바탕으로 솔직한 제안을 하며 협상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프로세스의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큰 그림과, 쉽게 해결할 수 있고 단기적인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단기 목표를 제시하며 더 큰 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행동 대 행동 접근법일 필요는 없으며 프로세스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구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기목표를 제시하고, 더 큰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더욱 제도화된 협상방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처음에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많지만, 협상이 길어지고 늘어지더라도 성공의 트랙 레코드를 쌓아가는 것만이 신뢰와 확신을 구축하고 양측 모두가 원하는 정치적인 보호를 보장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의 프로세스를 지속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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