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베이징 올림픽에 '종전선언' 기대… 바이든 불참, 미∙중 악화로 무산

[편집자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6일, 내년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미북, 남북, 북중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종전선언과 한반도평화 구상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사실상 무산됐고, 미∙중 관계의 악화로 종전선언 채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분석한다.

문 대통령은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 대통령은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에서 언급한 '종전선언'이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선언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연내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의 비정상적인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 수립을 강조하면서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고 제안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내년 초 베이징 올림픽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하게 되면 종전선언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종전선언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 美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으로 '종전선언' 동력 떨어져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언급한 종전선언에는 두 가지 큰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북미대화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돌파구로 쓰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종전선언을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어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이 함께 모여 선언식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으로 미북, 남북, 북중 관계에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면서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마지막 한반도 평화 구상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무산됐다. 오히려 미북, 남북 관계의 냉각기는 더 길어지는 반면, 북중 간의 유착관계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베이징 올림픽은 한반도 종전선언에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였다”며 “하지만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 하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던 구상은 무산됐다”고 평가했다. 

한반도통합연구소 유승현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베이징 올립픽이 남북정상회담의 마지막 계기라고 생각해왔는데 미국이 참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문 대통령의 참석도 불투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위원은 "만약에 문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한다고 해도 외교적이나 정치적으로 우리 정부가 성과를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기가 100일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권에서 무리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북한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 데다 미국과 중국이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성현 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종전선언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가운데 외교적인 호의적 수사 외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센터장은 “현시점에서 볼 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소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의미는 기대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지난 2년 동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사실상 동면 상태에 있었는데 임기 종료를 100일도 안 남겨둔 시점에서 갑자기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부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에 의아해한다는 것이다.

워싱턴과 베이징에서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이 오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 국내 정치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을 연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 전 센터장은 해석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도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큰 때에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으로 미∙중 갈등이 더 악화한 상황에서 북한에 종전선언 거부를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키노 전문기자는 “중국으로서는 자기가 참여하지 않는 종전 선언은 찬성할 수가 없다는 입장인데, 지금 외교적인 보이콧 때문에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됐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북한에 ‘그런 종전선언은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종전선언 채택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 밖에 미국은 경제 회복과 내년 중간 선거,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연임, 북한은 코로나 국면에서 내부 단속 집중 등 국내 현안에 주력하고 있어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에 관심을 둘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미∙중 갈등의 악화로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불참을 통보했지만, 각국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임기 말을 보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의 추진 동력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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