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논의 중 '대북 접촉' 알려져…내용 전달 가능성
연말까지 대내결속·성과 집중…연말 전원회의 주목

한미가 종전선언 논의를 이어가는 중 대북 접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은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간 종전선언 내용이 북한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북한의 반응이 더욱 주목된다.

지난 9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재차 제안한 뒤 정부는 대미 설득전에 총력을 쏟아 왔다. 특히 한미 당국자 간 밀접한 접촉을 유지해 빈번하게 만나면서 종전선언 문안 조율에 공을 들여왔다.

정국 관계자들은 10월 중순경부터 한미는 종전선언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계기로써 상당히 유용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로 가기 위한 '입구'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한다는 설명이었다.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 협의도 시작됐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종전선언과 관련해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나 시기 또는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양국 간 이견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정부는 한미 협의가 '마무리 단계'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종전 선언 추진에 한미 사이 이견은 없고 방법론만 남아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연말 기대감'도 부풀었다.

단 종전선언 기대감과 달리 예단할 수 없는 북한의 반응은 일종의 숙제처럼 거론됐다. 한미가 합의한 종전선언 내용을 전달한 이후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난달 방미 중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반응을 유도하고 견인하는 것은 "또다른 숙제의 영역"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이날 한미 간 논의 가운데 정부의 대북 접촉이 있었다고 알려지면서 공식 제안에 앞서 북한과의 사전 교감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접촉 방식이나 시점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지만 논의 내용 일부가 북한에 전달되고 북측 입장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북한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뒤 김여정 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김 부부장은 당시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면서 "그러나 지금 때가 적절한지, 그리고 모든 조건이 이런 논의를 하는데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언급했다.

'선결조건'을 요구하는 북한의 기조는 9월 말부터 10월까지 시정연설, 10월 당 창건 기념강연회 연설과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을 통해 대대적인 대외 입장을 밝힌 김정은 당 총비서의 연설 등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확인됐다.

이후 김 총비서가 침묵하며 북한은 공식매체를 통해서는 반발이나 동의 등 종전선언과 관련한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제8차 당 대회에서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첫해를 마무리하면서 연말 총화국면으로 들어간 내부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일단 올해 남은 기간에는 막판 결속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대외 기조는 이달 하순 소집을 예고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네 번째에 해당하는 이번 전원회의는 연말 열린다는 점에서 회의 결정으로 신년사를 대체했던 지난 2019년 방식과 유사하게 진행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관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은 종전선언에서 미국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이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선결조건'을 요구하는 북한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종전선언'에 전력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기대도 임기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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