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는 국제관계적 속성과 민족내부관계적 속성이라는 이원성이 존재한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중견국(middle power)으로 성장한 한국의 국력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변방적 사고나 구조종속론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최용환 책임연구원과 김충원 부연구위원은 한반도 문제의 이원성에 주목해 국제관계 중심적 시각과 민족관계 중심적 시각 사이의 균형전략을 모색했다.  

◇ 목표의 균형: 안보와 평화의 병행

핵 문제를 포함해 북한이 초래하는 군사적 위협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미동맹과 확장억제력에 기초한 군사적 대응만으로는 안보딜레마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북한의 선의에 기대어 군사적 대비태세를 약화시키거나, 맹목적 협력을 추구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미동맹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핵심기제이지만 그 자체가 목표나 가치는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일은 포기할 수 없는 정책적 목표이나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을 병행할 때만 유의미하다.

한반도와 그 주변의 중첩된 갈등구조를 고려할 때, 튼튼한 안보를 기반으로 대북 평화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과 미국의 확장억제력이 필수적인데, 한미동맹의 강화가 한국의 정책적 자율성을 제한하는 동맹딜레마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동북아 군비경쟁 심화, 전시작전권 전환 등 북한문제와 무관한 한국의 독자적 국방수요가 존재하나, 한미연합훈련이나 전략자산 도입에 대해 북한이 크게 반발하는 문제 반복되고 있다.

북핵문제의 해결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하위변수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북미·북일관계 정상화는 물론이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 양자·다자적 문제 동시해결이 필수적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핵폐기시에도 북한의 안보가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 지도부의 확신이 중요요다. 즉, 평화적 방법에 의한 안보만이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긴요하다.

안보와 평화가 별개의 문제이거나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공통의 인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불신의 벽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신뢰는 관계의 반복 속에서 생성되는 것인데, 긍정적 상호관계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긴요하다. 예컨대 평화적 방법에 의한 상호 안보 제고를 의미하는 종전선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등 과거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

국방력 강화를 통한 자강력 확보, 동맹관계를 활용한 안보능력의 제고 등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대책의 성격이며, 적정수준에서 관리될 필요하다.

◇ 이익의 균형: 남북한과 주변국 이익의 조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의 결과가 주변국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예컨대 2018년 한반도 평화전환 국면의 주요 논의구조에서 일본이 소외된 결과, 일본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이러한 논리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설파됐다.

3자 혹은 4자 종전선언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났고, 미국은 북중 밀착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문제 해결로 이어져,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것이므로 주변국에도 이익이라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적 이익과 미국이 원하는 핵문제 진전의 긍정적 연계 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에 소극적인 것은 NPT를 위반한 불법국가 북한에 대해 유화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나쁜 선례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스냅백(snap back) 등 제한조건을 부과하여, 북한이 배신할 경우 제재의 틀이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게는 동시적·등가적 교환을 조건으로 태도변화와 실질적 조치를 유도하고, 그 성과를 기초로 추가적 상황 진전을 기획해야 한다.

◇ 수단의 균형: 다층복합적 접근

북핵문제에 대한 양자·다자 접근, 탑다운·바텀업 접근은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어 단일한 방법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 

양자중심 접근은 합의 도출에 용이하나 교착국면 타개가 어렵고 합의 이행을 확신할 수 없는 한계가 있으며,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관련국에 합의 이행의 부담을 지우기 어렵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접근은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우나, 합의 이행을 다자가 보증하거나 강제할 수 있어 합의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제고에 유리하다.

2차 북핵위기는 6자회담이라는 다자접근이 시도되었으나 관련국들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아 핵문제에 집중할 수 없었고, 매번 새로 협상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상황 진전이 지지부진하다.

2018년 상황에서는 김정은과 트럼프라는 매우 개성이 강한 북미 양국 지도자 간의 관계가 중요하였으며 실제 협상도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상황 교착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양자협상으로 초기단계 비핵화조치 합의를 신속히 도출하고, 합의 이행을 다자가 보증해 합의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한미관계 이외에 한중, 한일, 한러 등 대주변국 관계 속에서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확산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당국 간 외교 뿐만 아니라 반관반민의 1.5트랙, 민간 중심의 트랙2 등 다양한 층위의 협력 시스템과 협력 이슈의 다원화가 요구된다.

코로나19 방역 및 백신·치료제 협력, 기후변화 등 환경협력 등 여러 가지 이슈에서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난 9월 미국 내 46개 민간단체가 ‘미국 제재 정책의 변화’를 미 행정부에 요구한 사례는 트랙2 활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의 국력 성장으로 인해 다양한 이슈에서 국제협력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국 주도의 국제협력틀에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문제와 별개로 우리의 필요에 의한 국제협력 체제를 추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북한에 참여를 개방함으로써 시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예컨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문제와 무관하게 감염병 대처를 위한 국제협력 필요성이 증가하고 잇다.

이에 따라 2020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방역 보건협력체’는 그 자체로 중요하며 북한의 참여와 무관하게 진행이 가능한 사업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보건·의료 협력이 비본질적인 사안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 코로나 극복은 북한 경제에 본질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 높다.

따라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추진하면서 북한의 참여를 개방해 중장기적으로 북한을 포함한 국제 협력 플랫폼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

주변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당국 간 외교 이외에 주변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바, 당국 간 외교와 공공외교의 연계를 통한 긍정적 시너지 기대가 가능하다.

외교의 주체에 있어서도 트랙I, 트랙II 및 1.5트랙 등 다층적인 접근을 시도하되 서로 간 연계를 통해 외교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 요구된다.

대북접근에 있어서도 정치군사적 변수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정부주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북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개별 사업보다는 여러 가지 사업이 연계되어 있는 패키지형 사업 추진을 통해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단순한 식량 증산을 위한 농업협력이 아니라, 상업적 영농과 연계해 남한이나 외부 시장과의 연계성 확대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남북협력사업과 국제협력사업의 연계를 통해 점진적으로 국제 표준을 수용하도록 기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사업의 경우 폐쇄형 특구로 북한 내부 경제와 완전히 단절된 사업방식이었다.

향후 남북경협은 북한 내부 경제와의 연계성, 남북 간 산업적 연계, 글로벌 시장으로의 개방성 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 보완전략: 균형유지를 위한 분리병행

전략적 균형은 양자택일의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난 유연하고 창의적인 접근이 핵심이다. 예컨대 사안에 따라서는 부정적 효과의 축적에 따른 악순환 방지를 위한 분리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독자적 국방력 강화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반입 중단을 요구하면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현실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이 필수적이며, 주변국 군비경쟁 속에서 적정 수준의 국방력 강화 불가피하다. 

반대로 미국측에서 인권이나 민주주의적 가치로 북한을 압박하는 문제 역시 단기간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입구에 두어 발생하는 교착상태 해소를 위해서는 난제를 협의하는 체계를 만들어 논의를 지속하면서, 당장 해결이 가능한 이슈에 집중하는 분리접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미국의 관심인 인권문제, 일본이 제기한 납치자 및 중거리미사일 문제 등 단기 해결이 어려운 사안은 별도의 논의체를 만들어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북핵문제 진행과정에서 한 번도 실행되지 못했던 검증·사찰의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자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다.

핵폐기 및 검증도 추진 주체의 독자성 여부 및 시간 소요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으며, 여러 가지 방안의 조합과 병행으로 검증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완전한 핵폐기는 기술적 개념인 동시에 정치적 합의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접목한다면 검증의 문제도 극복이 가능하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