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코로나, 자연재해 맞물려… 국경봉쇄로 더 악화로

북한이 올겨울 극심한 식량난을 겪을 수 있다는 여러 신호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북한 당국이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뿐 아니라 옥수수 가격이 오르고 흑고니 사육 계획이 나오는 것 등은 식량 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김관호 농어촌공사 연구원은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북제재와 코로나, 자연재해가 맞물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만성적인 북한의 식량난이 올겨울 가중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특히 지난 7월 북한 당국이 사상 처음 ‘자발적 국가별 검토’ (VNR)를 통해 자국의 어려운 식량 사정을 공개했다는 것은 그만큼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앞서 북한은 ‘자발적 국가별 검토’ 보고서를 통해 곡물700만t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2018년 495만t 생산으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연구원은 북한의 장기간 봉쇄 조치로 국경이 차단되면서 농업에 필수적인 비료와 모종, 농기구, 농자재 등의 물자부족이 이어진 것도 식량난을 부추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농에 필요한 농자재, 비료 등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수준이 전보다 10분의 1 정도로 줄었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또한 지난 10월 김정은 총비서가 처음으로 밀과 보리농사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식량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고 덧붙였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최근 식량 가격 등 물가 오름세가 식량난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재기 현상이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올겨울 식량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운 교수는 또한 지난 10년에서 15년 사이 북한 주민들은 닭이나 소 등 가축 사육을 통해 부족한 식량을 대체하기도 했다며, 최근 북한이 흑고니 사육 계획을 전한 것도 식량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경 봉쇄 조치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가축 사육을 통해 먹을 것을 해결하는 것도 쉬운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진단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북한의 옥수수 가격 상승을 언급하며, 이는 그만큼 북한 주민들이 식량을 얻는 데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곡물 생산에 있어 쌀 생산은 줄이고 생육 기간이 짧고 재배가 쉬운 옥수수 재배를 권장해 온 가운데, 북한 곡물 생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옥수수 가격마저 올랐다는 것은 경제적 상황의 어려움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김관호 연구원은 옥수수 가격 상승은 북한 내 밀가루와 설탕 부족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중 국경 봉쇄로 관련 제품의 수입이 막힌 상황에서 당분 원료를 옥수수 가루에서 얻기 위해 옥수수 수요가 많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에 따른 국경 봉쇄로 올겨울 식량난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하며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겪어온 북한이 국경 봉쇄와 이에 따른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의 지원 중단 때문에 올겨울 식량난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 경제전문가 피터 워드 씨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역 봉쇄가 시장의 물가 상승과 상품 구매를 위한 국내외 통화 부족을 야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문은 무역이 중단되고 이동 제한이 더욱 엄격해지면서 북중 국경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식량난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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