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에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연일 미국을 비난하며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종전선언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들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지난 2일 톈진에서 서훈 한국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나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하고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으로 종전선언에 관여 입장을 밝혀 온 중국이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 구상에 처음 공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서훈 실장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중국 입장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이후 종전선언에 대한 직접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며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5일 미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을 추구하며 무분별한 군비경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미국이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선언을 놓고 중국과 북한 사이에도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중국이 주한미군 주둔, 유엔군 사령부 존치 등에 대한 문제제기의 계기로, 그리고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는 구실로 종전선언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종전선언이 성사된 것을 가지고 미국이 더 이상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이라든가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소재로 가능해지는 부분이 있고 종전선언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종전선언을 통해서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 있어서 좀 더 공세적 태도,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도 이런 중국의 시각과 같은 선상에서 종전선언의 효용성을 보고 있지만 종전선언에 앞서 미국으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점에서 중국 보다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당분간 핵 무기 고도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홍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에서 진행한 미-한 안보협의회의에서 북한의 강화된 미사일 능력 대응 차원에서 작전계획 수정을 위한 새 전략기획지침, SPG를 승인한 데 대한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SPG 승인은 북한이 이중기준 철회 목소리를 한층 높이면서 종전선언 보다는 핵 무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실상 공개된 SPG의 재작성 이유가 북한의 현재 상황이 지난 상황과 다르다라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당연히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맞춤형 억제를 담은 작전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고, 북한이 거기에 대해서 반발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서훈 실장과 양제츠 정치국원의 회동 결과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을 실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종전선언’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남북한 사이의 온도차 특히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중국이 종전선언에 관심이 크지만 미국과 한국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참여를 종용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석 전 차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북한의 입장이 명확하고 그 입장에 대해서 미국이 수용을 안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을 조금 더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중국이 움직이는 것이지 미국 입장을 북한이 수용하라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중국이 종전선언 추진 과정에 참여할 경우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입장차를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정부 정부 고위 당국자는 서 실장이 양 정치국원과의 회동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그간의 과정과 취지를 설명했을 뿐 중국에 구체적 요청을 한 것은 없다”면서 “지금 중국 측과 문안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 경쟁 심화가 종전선언에 적극 개입토록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종전선언 문안 조율에서 미국이나 한국과의 마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입구로서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것이고, 중국 입장은 종전선언 단계부터 자신들의 안보적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라며 "종전선언은 지지하지만 한중 간 이견은 사실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고, 종전선언 체결에 본격적인 핵심단계에 들어갔다면 중국이 벌써 입장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입구이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하는 유용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정부는 이러한 입장에서 종전선언 추진 문제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긴밀히 협의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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