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미중 '제로섬 게임' 갈 것…'양자택일' 상황 직면"

서훈(왼쪽) 국가안보실장은 2일 중국 톈진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회담했다.(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갈무리)
서훈(왼쪽) 국가안보실장은 2일 중국 톈진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회담했다.(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갈무리)

 

2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국방당국의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와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의 회담 결과를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 패권 경쟁에서 한국 외교의 고민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이날 톈진에서 가진 서 실장과의 회담에서 "한중 양국은 세계 주요 경제 주체이자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체제의 굳건한 지지자로서 상호 보완적인 이점을 계속 활용해야 한다"며 "양국과 공급망 안정성과 원활함을 보장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공급망 분야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한국이 참여하려는 것을 경계하하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관측이다.

반면 청와대는 3일 양 정치국원과 서 실장의 회담 관련 소식을 전하며 공급망 관련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는 "서 실장이 요소 등 중국산 품목의 원활한 대(對)한국 수출이 한중 경제 협력 관계에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양 정치국원이 "한중 간 원자재의 원활한 수급 등 상호보완적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중국 외교부가 '서 실장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지지했다'고 밝힌 반면, 청와대는 올림픽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또한 청와대는 '양 정치국원이 종전선언에 대해 지지했다'고 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종전선언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중이 각각 판단하는 외교사안에 대한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이번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의 회담과 관련해 중국 외교의 최대 관심사안은 '종전선언'이라기 보다 미중패권 경쟁에 있음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외교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지를 강조한 것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견제구라는 지적도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울에서는 한미 군 당국이 제53차 한미안보협의(SCM)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대만해협'과 '5세대(5G)·6G' 협력 문제를 넣었다.

이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를 재확인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미 군사협력을 대중견제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 공급망 문제는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분야이자 양보할 수 없는 분야라는 평가다. 미중 모두의 '손짓'에 한국은 기회라기보다는 상당한 압박 국면에 처해있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지금 당장은 미중 양국이 상호 의존에 얽혀 있는 부분이 많아 '탈동조화'는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결국 일종의 '제로섬 게임'에서 미중 양쪽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방향으로 끌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 탈동조화로 가서 새롭게 세계 경제 질서를 만들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계속해서 포함시키려 할 것"이라며 "반대로 중국은 이를 막고 자신들의 계획에 한국을 집어넣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점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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