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을 '북핵 인정·제재 완화' 대변인으로 여겨"
반기문 대북인식에 비판적 입장도…"외교관의 좁은 시각"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에 주한유엔군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빌미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한미동맹재단·주한미군전우회 공동 주최 '한미동맹 미래평화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지만 우리 안보태세를 이완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이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한 '대북 적대시정책 및 2중 기준 철회'에 대해서도 "한미동맹 파괴와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종전선언과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미국 정부를 움직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역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한국을 북핵 인정과 제재 완화의 대변인쯤으로 삼고 있는 건 아닌가 한다"는 말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북한과 그동안 많은 합의를 했지만 의미 있게 지켜진 건 하나도 없다"며 "(북한 문제 해결은) 종전선언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고 거듭 밝혔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남북한 간의 의미 있는 합의도 지켜진다"는 게 반 전 총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그간 정상급 차원이나 의미 있는 차원에서 남북 사이에 합의한 게 7.4공동성명에서 9.19평양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6개이고, 북미 사이에도 북미제네바 합의와 싱가포르 공동성명 2개도 지켜지지 않는 것을 예로 들면서 북한의 책임만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지적도 있다. 각 사안이나 시기마다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남북미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과의 관계를 한미동맹보다 중시한다는 인상을 준 적이 있다. 한미동맹이 미국·일본, 미국·영국관계 만큼 신뢰를 쌓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누구 잘못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한미동맹에 대한 정부의 혼란스러운 정책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 전 총장은 "힘을 기르고 한미동맹을 강하게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안보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반 전 총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피터 구마타오타오 아태안보연구소장은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할 의향이 없다”며 “북핵이 있는 상황에서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무슨 의미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는 미·중 경쟁과 관계없이 기본적인 국제규범 문제이므로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미·중 경쟁이 악화하기 전에 중국을 비핵화 규범에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반 전 총장 뿐아니라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 핵문제 해결 노력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남북 간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고 지켜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나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일순위로 놓고 노력해 왔지만 아직 진행중인 상황이라며 모든 남북대화나 교류의 전제로 비핵화를 앞세운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반 전 총장이 외교관 출신임에도 적을 우방으로 만드는 친화력 대신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는 군부의 시각으로 종전선언을 이해하는 데에 우려를 나타내는 입장도 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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