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종전선언, 결혼식 같은 양분법 아냐…교제 이어나가자는 것"
김성한 "정전협정 '노터치', 결혼식하고 혼인신고는 안하겠다는 얘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 위성락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왼쪽)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 위성락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왼쪽)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외교책사'들이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을 두고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후보 직속위원회 중 하나인 실용외교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와 윤 후보 측 외교·안보·통일 분과 자문위원을 맡았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30일 '차기 정부의 대외 전략은'을 주제로 MBN과 동아시아연구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종전선언 추진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두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 설계를 맡고 있는 인사들인 만큼, 집권할 경우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 종전선언, "비핵화·평화 과정 일부" vs "비핵화 촉진 방편"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 정부 임기 안에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종전선언에 대한 양측의 해석과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위성락 위원장은 "종전선언은 평화 과정의 하나"로 설명했다. 즉, "평화 과정을 통해 비핵화 여건을 개선하고 진전시키는 선순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하나의 부분적인 움직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핵화와 평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의 한 단계라고 본 것이다.

반면 김성한 교수는 "종전선언에 대한 당위성은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왜 지금 해야 되는지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을 촉진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가 현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두고 '결혼식'에 비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위 위원장은 자신도 결혼식에 빗대 반론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종전선언을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촉진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게 더 낫다며 "그런데 종전선언을 할 경우 정전협정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얘기까지도 보도를 통해서 나오고 있다. 결혼식은 하는데 혼인신고는 안 하겠다는 얘기인가"라고 현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은 모순적인 구석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보다 신중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방점을 찍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투명한 절차, 협의 과정을 알려나가는 그런 노력들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종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해야 되는 것"이라면서 "선후관계가 발상의 전환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바뀌어 있는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비핵화 입구론'으로 말하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자 위 위원장은 "흥미로운 비유를 쓰셨다"며 "제가 듣고 느낀 것은 결혼식이냐 아니냐는 양분법이 아니고 달리 비유하자면 (종전선언은) 교제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위 위원장은 이어 "교제를 해서 서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는데 (종전선언은) 교제 단계에서 조금 더 들어가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위 위원장은 또한 종전선언 추진이 쉽지 않다면서도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평화 과정의 하나"라며 "평화 과정을 통해 비핵화 여건을 개선하고 진전시키는 선순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부분적 움직임"이라며 현 단계에서 추진할 만하다고 말했다.

◇ 북 비핵화 방안, "대화 협상" vs "제재 압박"

북한 비핵화 협상 방안을 놓고, 양측의 정책은 극명하게 갈렸다. 양측은 '강온전략'이 모두 필요함을 기본적으로 언급했지만, 윤 후보 측은 대북제재 유지에 무게를 뒀고 이 후보 측은 '맞춤형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방적으로 북한을 어르고 달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어렵사리 마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견고하게 유지해 나가면서 북한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핵무기를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 국가와 김정은 정권 안보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판단을 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판문점 남·북·미 상설연락사무소 설치 등 3자 간 소통 창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압박과 유인책이 잘 합쳐진다면 조금씩 비핵화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위원장은 '북핵 미사일 문제는 복합적 이유가 있기 때문에 대책 또한 복합적이어야 한다', '비교적 유연한 방법을 출발점으로 북한과 협상하겠지만 잘못된 행보에 대해서는 지적에 있어 주저하지 않겠다'는 2가지 큰 방향을 이 후보가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필요하면 터프한 스탠스(입장)를 취할 준비를 염두에 두는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우리가 대화·협상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인센티브도 제공하지만, 디스인센티브(불이익)를 제공할 태세도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위원장은 아울러 "북한 문제를 풀려면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단계로 가긴 가지만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악용되지 않을 다른 방안도 감안해야 한다. 단계적이지만 단계를 줄이고 슬라이스(조각)보다는 좀 더 큰 덩어리로 합의를 추구해나가는 것 등 복합적인 요인을 염두에 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중 경쟁, "미국에 가까운 좌표 설정" vs "한미 동맹 중심"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의 외교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한미 동맹을 우선으로 삼되,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기조를 밝혔다.

위 위원장은 "미국에 가깝고 중국에 그리 멀지 않은 좌표를 가지고 (미중패권 경쟁 속) 임해야 할 것"이라며 "미중 사이에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는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대미관계를 위해서나 건강한 대중관계를 위해 좋다"고 말했다.

위 위원장은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고 중국은 우리의 동반자다. 아무래도 동맹에 더 가까운 관계라고 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 정체성에 기반을 둔 외교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미국에 가까운 좌표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윤 후보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상호 존중의 바탕을 둔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기조를 여러 차례 말했다"며 "지정학적인 한계를 동맹, 더 나아가 네트워크를 통해 극복해 가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는 포괄적 전략동맹, 한중관계는 상호존중과 정경분리 등의 원칙들이 작동하는 가운데서 협력관계를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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