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1년 12월이면 김정은 정권이 사실상 출범한 지 10년이 된다. 김정은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남한 정부에 대해 강경정책과 유화정책을 반복해왔고, 이 같은 패턴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북한의 대남정책에는 대내적 요인과 남한 요인, 그리고 대외적 요인이 지속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해왔다. 남한의 대북정책과 북한체제 비판,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와 비핵화 협상,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북한의 대중・대미 관계 및 코로나19, 한미연합훈련과 남한의 군비증강 및 종전선언 문제 등의 요인들에 의해 북한의 대남정책은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변화해왔다. 북한 정권이 어떠한 요인들에 의해 대남 강경정책이나 유화정책을 선택하는지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열린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총비서(KBS TV 캡처)
지난 1월 열린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총비서(KBS TV 캡처)

 

북한의 대남정책은 대외적 요인이 지속적으로 작용해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대표적 대외 요인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미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등을 꼽았다.

◇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이는 다시 남북협력을 더욱 어렵게 한다. 특히2016년의 제4차 및 제5차 핵실험과 2017년의 제6차 핵실험 및 세 차례의 ICBM 시험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북한을 ‘준봉쇄’ 상태에 처하게 했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 수산물 그리고 섬유제품의 수입이 전면 금지되었고, 대북 정유제품 수출은 90% 정도까지 차단되었으며,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을 24개월 이내에 송환시킬것을 각국에 요구하는 초강력 대북 제재들이 채택됐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 제재에 직면해 북한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및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대북 제재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남한 정부는 이 같은 남북협력사업을 진척시킬 수 없었다. 이에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협력 의지와 능력에 불신을 표명함으로써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되었다. 

그러다가 2019년 10월 김정은이 금강산의 노후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자 남한 정부는 뒤늦게 대북 개별관광에 적극적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때에는 이미 북한이 금강산에 독자적으로 새로운 현대식 관광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남한 정부의 관광 재개 제안은 무시되었다

◇ 북한의 대중・대미 관계 

북한의 대남정책은 대미・대중 관계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2018년 초에 북한은 심각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한과의 대화에 착수했는데, 남한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적극 지원하면서 남북관계도 급진전되었다.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일인 2018년 2월 25일 북한은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
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남한에 파견했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철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 북미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북한 대표단도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해 김정은을 만나고 동년 3월 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그를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이에 트럼프도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화답함으로써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남한 정부의 중재 능력에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남북대화를 거부했다. 북미관계 냉각이 남북관계 냉각을 초래한 것이다. 

북한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대화 중단을 결정한 데에는 남한 당국에 대해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과 2018년 북중관계 개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북중 관계는 북한의 연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장기간 냉각돼 있었다.

그러다가 2018년 북한의 대남・대미 관계 개선에 초조감을 느낀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5차례나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급냉각되었지만, 동년 6월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함으로써 북중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북한이 국경 폐쇄조치를 내렸지만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등을 통해 북한과 중국 간의 고위급 소통은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이처럼 남한과의 대화는 거부하면서도 중국과의 소통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은 체제경쟁 관계에 있는 남한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같은 사회주의체제인 중국과의 관계 확대가 체제 안정과 경제발전에 유리하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2019년 12월 말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대북 제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거부하고서도 중국 관광객 유치와 북중 협력으로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은 이 같은 북한의 전략에 큰 타격을 주었다. 보건의료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여기고 2020년 1월부터 국경 봉쇄조치를 단행했다.

기대했던 중국 관광객 유치는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북중 교역은 급감했다. 북한경제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하에서도 2019년까지 급격한 위축을 피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중간재와 소비재 수입이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2020년부터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중간재와 소비재 수입에도 심각한 지장이 발생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김정은이 2016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 온 경제발전전략의 수행에도 큰 차질을 가져왔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달성하지 못한 원인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2020년의 혹심한 자연재해, 세계적인 보건위기의 장기화, 간부들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 등을 지적했다.

코로나19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욱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0년 1월 30일 남한 정부는 북한의 요청에 의해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연락대표 협의를 열고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개성 연락사무소에 체류하던 남측 인력 전원(당국자 17명・지원인력 41명)이 철수했다.

이후 북한은 남한 정부의 특사 파견 제안에 대해서도 “우리가 전례 없는 국가비상방역조치를 시행하고 공화국 경내에 대한 그 어떤 출입도 허용하지 않는 상태임을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미련으로 되거나 말거나 공염불하면서 특사를 보내겠다는 남측의 불경스러운 태도를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하면서 일체의 직접 접촉을 거부했다.

북한의 매우 열악한 보건의료 실태와 코로나19의 대유행 장기화가 남북관계의 회복을 어렵게 하는 추가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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