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남북 협력 강조함에도 한미군사훈련, 첨단무기 도입 등 걸림돌
북한, 대남 강경정책 넘어 대남 무시 정책…대북 적대정책 변화 딜레마

[편집자주] 2021년 12월이면 김정은 정권이 사실상 출범한 지 10년이 된다. 김정은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남한 정부에 대해 강경정책과 유화정책을 반복해왔고, 이 같은 패턴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북한의 대남정책에는 대내적 요인과 남한 요인, 그리고 대외적 요인이 지속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해왔다. 남한의 대북정책과 북한체제 비판,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와 비핵화 협상,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북한의 대중・대미 관계 및 코로나19, 한미연합훈련과 남한의 군비증강 및 종전선언 문제 등의 요인들에 의해 북한의 대남정책은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변화해왔다. 북한 정권이 어떠한 요인들에 의해 대남 강경정책이나 유화정책을 선택하는지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정책은 남한 정부가 북한 정권에 대해 적대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남북화해협력을 추구하는지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로서는 당연히 보수 정부보다는 진보 성향의 남한 정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진보 성향의 남한 정부라도 북한의 핵포기를 요구하고 있고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 보수 정부보다 오히려 국방비를 더 증액하고 있으므로 북한 입장에서는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이다. 

북한은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와는 줄곧 대립관계를 지속했으며, ·박근혜 정부 시대에는 대결과 대화 국면을 반복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하고 북한은 계속 ‘핵무력 완성’을 추구함으로써 이후 남북관계는 완전단절로 이어지게 됐다.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대응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진보정권의 전례처럼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섰다게.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새로운 요인들로는 북한의 ‘국가핵무력 완성’ 그리고 그 결과 유엔안보리의 초강력 대북 제재 채택, 남한 정부의 적극적인 남북대화 의지,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을 통한 북핵 협상 시도, 북중 관계 개선 등을 꼽았다. 

그런데 북미 비핵화 협상의 결렬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재개, 남한의 첨단무기 도입, 일부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등은 북한이 다시 대남 강경 또는 무시 정책으로 돌아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2018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경색돼 온 남북관계는 새 전기를 맞았다. 

이어진 정상회담과 남북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희망했다. 그래서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합의 내용이 들어가게 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다시 2019년 신년사에서 남북경협과 관련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동년 10월 김 총비서는 11년 이상 사용하지 않아 이미 상당히 노후화된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했다. 김 총비서는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통일부]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비서는 더 나아가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총비서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낡은 남측 시설들을 철거하고 현대적 관광시설을 건설한 후 남한 관광객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북한이 2020년부터 국경을 폐쇄해 현재는 남측이 금강산관광 재개에 적극적 태도를 가지고 있어도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김정은 정권은 2019년 말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포기 및 제재 정면 돌파 노선을 선포한 후 2020년에는 일부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 통신연락선을 차단하고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한 정부에 대해서도 초강경 태도를 보였다.

같은해 6월 4일 김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발표해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의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며 ‘핵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댔다”고 맹비난했다. 그리고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다”고 문재인 정부도 비판하면서 개성공단을 완전 철거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하며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6월 8일 개최된 북한 대남사업 부서 사업총화 회의에서 김영철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은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對敵事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이 회의에서 남북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을 지시함으로써 6월 9일 12시부터 청와대와 북한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 간의 핫라인 등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채널이 끊어지게 되었다.

이처럼 북한이 당시 남북관계의 완전 단절을 선택한 데에는 문재인 정부에게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은 13일 담화를 통해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라고 비아냥거렸다.

북한은 더 나아가 4・27 판문점선언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6월 16일 폭파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다음 날 김여정 부부장은 다시 담화를 발표해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우리의 존엄의 대표자이신 (김정은) 위원장 동지를 감히 모독한 것”이라고 간주하면서 이것은 “우리 인민의 정신적 핵을 건드린 것이며 그가 누구이든 이것만은 절대로 추호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전인민적인 사상감정이고 우리의 국풍”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특히 2020년부터는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정책을 주관하면서 김 총비서 대신 남한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대남 강경 또는 무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김 총비서 집권 이후 최룡해, 박봉주와 같은 핵심 고위간부들에게 일정한 권한을 위임하면서 군부개혁과 경제개혁을 주도하게 하는 위임정치를 보여왔는데, 2020년부터는 이 같은 위임정치가 대남정책 분야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6월 13일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발표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예고하고 다음 대적(對敵)행동의 행사권을 북한군 총참모부에게 넘겨줄것이라고 밝혔다.38) 이에 북한군 총참모부는 6월 17일 대변인을 통해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에 해당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 당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김 총비서가 6월 23일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5차 회의 예비회의를 개최해 총참모부가 당중앙군사위원회에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시켰다.

김정은은 김여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대남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김여정의 초강경 드라이브를 자제시키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40) 이는 북한이 2013년 4월 김양건 대남 비서를 통해 개성공단에서 북한 종업원 전원을 철수시킨 후 동년 8월 김정은이 직접 나서 개성공단 잠정중단조치를 해제한 것과 유사하다. 이 같은 김정은과 핵심간부 간의 ‘굿 캅’과 ‘배드 캅’ 역할 분담은 핵심 간부를 통해 북한의 대남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대외적으로 김정은의 ‘통 큰 모습’ 모습을 선전함으로써 그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서 현재 김정은은 ‘사회주의 대가정의 어버이’, ‘자애로운 친어버이’, ‘위대한 태양’, ‘통일의 태양’, ‘민족의 최고영도자’, ‘인민적 수령’, ‘위대한 수령’ 등으로 선전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최고지도자를 절대화하는 스탈린주의적 권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 북한의 간부들은 외부세계에서의 김정은 비판에 대해 매우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그들의 충성심을 과시해야만 한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북한의 국내정치와 대남정책이 김일성 시대나 김정일 시대보다 훨씬 긴밀하게 연계되는 새로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남한에서의 북한 최고지도자 비판에 대해 북한 대남 부서가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정권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대남 강경정책에서 유화정책으로, 다시 강경정책으로 전환하는 패턴을 보여주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한미연합훈련과 첨단무기 도입중단을 요구하면서 가끔 말폭탄을 쏟아붇고 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와 같이 군사적 긴장을 끊임없이 고조시키지는 않고 있다.

최근 1~2년 동안 로동신문에서 남한 관련 기사도 2020년 6월 김여정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우 드물게 게재되었는데 이는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도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 하에서 남북협력은 명백한 한계가 있고, 남한 정부가 한미동맹을 중시하고 있으며 한미연합훈련과 첨단무기 도입을 계속하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 김정은 정권으로 하여금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와 같은 대남 강경정책보다 대남 무시 정책을 선택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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