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군
해외 미군

 

미국 국방부가 올초인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10개월 만에, 그리고 2월 바이든 대통령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 작성 지시가 있은 지 9개월이 경과한 11월 29일(현지시각)에 GPR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GPR은 “국익 추구를 위해 어떤 병력 배분이 가장 나은지 국방장관이 군 사령관들에게 조언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정책 담당 차관이 합동참모본부 의장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 주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1) 또한, 오스틴 장관은 국방과 외교가 상호 배타적이지 않음을 강조하고 “우리는 검토 과정에서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상의할 것”이라며 “올해 중반까지 검토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GPR이 2003년 11월 최초로 등장하게 된 데에는 2001년 9·11 테러 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1세기에 대두된 새로운 위협(테러, WMD 확산, 마약, 불량국가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이를 위해 2차 대전 이후 60년 이상 ‘붙박이’로 고정되어 있는 해외 주둔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를 배경으로, 해외주둔 미군들을 재조정하여 적시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 편제의 중요성이 부시 행정부 내에서 세를 얻기 시작했다.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제고와 신속기동군화 개념이 부상했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국방정책 변화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003년 6월 미국 버지니아주 노폭에 NATO의 변혁사령부(ACT)를 설치했다.

한편, NATO는 2003년 10월 네덜란드 브룬숨에 6000 명 규모의 신속대응군(NRF)을 창설하고, 아프간 등에 국제안보지원군(ISAF)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NATO 이외의 분쟁 지역에도 적극적으로 지원 및 개입을 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서유럽 주둔 미군을 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가능성이 높은 중동과 (중동과 가까운) 동남부 유럽 지역으로 재배치해 급변 사태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지 오래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당시 부시 행정부의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태지역 안보회의(2004.06.05)에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유지되어 온 인계철선 개념을 변경하여 병력 숫자보다는 능력과 신속기동력에 바탕을 둔 군사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요약하면, 미국은 탈냉전 이후 글로벌 차원에서 미군 기지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고정 전방주둔군에서 후방 분산배치와 신속기동군으로 개념과 전략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강의 기조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2월 2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포함됐다. 

◇ 바이든 행정부 GPR 핵심 내용은 '반(反) 중국'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 배경으로 미국이 2021년 전략 환경을 9·11테러 직후의 상황에 버금가는 중대한 국면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무부에서 한 외교정책 연설(2021.02.05)을 통해 외교정책, 국가안보 우선순위와 부합하도록 국방부가 세계 미군 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중국 견제인 만큼 금번 GPR의 핵심 키워드는 중동지역과 남아시아에서 벗어나 반중국으로 집약할 수 있다.

세부 내용은 기밀에 부쳐졌지만, 미국 국방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잠재적인 군사적 공격을 억제하고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동맹간 협력 강화를 위한 주문이 포함됐다”고 밝혔다.5)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GPR는 사실상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괌과 호주 미군기지의 비행장 및 기타 인프라 시설을 개선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3일 개최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을 규합하는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COP26 이튿날 중국의 '일대일로전략'을 견제할 목적으로 기 발표된 ‘더 나은 세계 재건’ 세션을 주재했다.
 
사실 중국판 유라시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BRI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PS)으로 제어할 수 있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가 이번 검토 작업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구하는 BRI 대상 지역이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서아시아·중동·동남부 유럽에까지 이르기 때문에 미국은 NATO로 중국 서쪽 지역을 견제하고, 중동에서는 걸프 지역 및 역내 주둔 미군과 우방국들 간 연대로 제어하며, 동쪽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과 동맹국 및 우방국의 기여를 접목해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

결국 BRI와 IPS가 직접 부딪치는 지형적 발화점은 동남아의 육지와 바다이다. 미국으로선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포함하는 제해권 유지이며, 나아가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적 지위를 중국이 넘보지 않도록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일이다.

마침 크리스틴 워머스 미국 육군장관이 12월 1일(현지 시각) “(인도·태평양)전구에서 미군의 주둔 공간은 동북부 지역에 많이 기울어 있다”며 “우리의 접근성과 기지 배치를 동남아시아 쪽으로 더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보도됐다.

 당장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의 규모를 조정하지는 않더라도, 이는 장기적으로 태세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미국이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으로 대중 연합전선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AUKUS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종전선언, 대만문제 주목

이와 때를 맞춰 한·미 국방장관은 2일 서울에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마친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1개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의 골자는 첫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작전계획(작계)을 최신화하고, 둘째, 전시작전통제권 보완을 위한 전략기획지침을 11년 만에 작성, 승인한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 한·미 양국이 2022년에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한·미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유엔사의 정전협정 준수와 이행에 관한 역할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유엔사가 68년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성공적으로 기여해 왔으며, 대한민국의 주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가운데 그 임무와 과업을 수행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혀 유엔사의 역할과 기능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공동성명에는 안보협의회로서는 처음으로 ‘5G, 6G 협력’(15항)과 ‘대만 문제’(16항)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2021년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협력과 관련해서는 “5G, 차세대 이동통신(6G) 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만해협은 미·중 경쟁의 지정학적 최전선으로 일컬어지며, ‘5G, 6G’도 미국이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 힘을 쏟고 있는 분야다.

기존 작계를 보완하려면 양국 국방장관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격인 SPG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 기존 SPG는 2010년에 작성됐다. 이후 북한의 미사일 능력 등이 증가되는 등 한반도와 역내 안보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이번에 새롭게 SPG를 마련했다. 양국은 신 SPG를 토대로 합참 차원에서 본격적인 작계 수정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새 전략기획지침이 나오는 데는 약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FOC는 한국군의 한·미 연합군 지휘 능력에 대한 3단계 평가 중 2단계에 해당한다. 앞서 한·미는 기본운용능력 검증(IOC·2019년 종료)→ 완전운용능력 검증(FOC)→ 전작권 전환 연도 결정→ 전환 연도 1년 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순의 전작권 전환 절차에 합의했었다.

서욱 장관은 그러나 이번 발표가 한·미의 대북대화 재개와 종전선언 추진에 끼칠 영향 관련 질의에 “종전선언은 정치적·선언적 의미이기 때문에 이 작전계획을 위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과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 정책적 시사점…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중 대결 변수 

마라 칼린 미국 국방부 정책부차관은 GPR 발표 당일 브리핑에서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의 변화 여부에 대한 질문에 “가까운 동맹에 대한 우리의 확장 억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어떤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2022년 초 발간될 예정인 태세검토보고서’(NPR)에 바이든 행정부가 ‘핵무기 1차 불사용’ 원칙을 담을 지를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주한미군 규모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역내 안보 상황이 급변할 경우 주한미군의 유연성이 재론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아베 전 일본 총리의 대만 분쟁 시 개입 관련한 발언과 이에 대한 중국의 거친 대응이 시사하듯, 미·중 간 대결적 경쟁이 야기하는 파고(波高)가 점차 높아질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해 국내 정책서클 간 숙의가 필요한 때이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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