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약 10개월 넘게 주한 미국대사가 공석 상태이다. 일본과 중국 주재 대사는 의회 인준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주한대사에 대해선 아직 인선 발표조차 없는 상황이다, 적임자를 발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와 함께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차기 주한 미국대사 인선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된 해리 해리스 전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 20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크리스 델 코르소 부대사가 대사대리를 맡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인 일본과 중국 주재 미국대사의 인선을 일찌감치 발표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직업 외교관 출신인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중국대사로,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엘 전 시카고 시장을 일본대사로 각각 지명했다. 지난 10월 말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를 거친 이들은 본회의의 인준 표결만 남겨두고 있다.

미 정부의 발표를 토대로 해외 주재 미국대사 임명 현황을 집계하는 미국외교관협회(AFSA) 자료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76명의 대사를 지명 또는 임명했다. 전체 189개 가운데 40%를 조금 웃도는 수치이다.

일부 자리는 성 김 인도네시아 주재 대사나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대사처럼 전임 행정부에서 임명한 대사가 유임된 상황이다. 한국처럼 지명자 발표조차 없이 대사가 ‘공석’인 곳은 49개이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이탈리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대사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단순히 수치만으로 주한 미국대사 인선 작업이 미뤄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국대사관 부대사를 지낸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은 29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현 정부의 전반적인 대사 임명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 상황이 미-한 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토콜라 전 부대사는 인선이 늦어지는 상황에 대해 “상대국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진지하게 고려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모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순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역량을 갖춘 적임자를 발탁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토콜라 소장은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과 같은 주요 동맹국에 대한 대사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주중,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제임스 줌월트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주한 대사와 같이 중요한 자리에 대한 인선을 더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줌월트 전 부차관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 지연이 첫 번째 문제이고 이어 의회의 승인 절차가 늦어지는 것이 다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유를 불문하고 주요국에 대한 대사 인준 절차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면서, 조만간 주한 대사 인선이 발표되더라도 정체된 의회 청문 절차를 감안하면 올해 안에 대사가 확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행정부 교체 시기 주한 미국대사가 장기간 공석이었던 것이 처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약 1년 6개월 동안 마크 내퍼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되다 2018년 7월 해리스 대사가 정식으로 부임했다.

한편 백악관은 주한 미국대사의 인선 발표 계획에 대한 VOA의 문의에 “미리 발표할 인선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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