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김정은 직접 참관
올해 기념일로 첫 지정… "대규모 행사 준비 징후 없어"

북한이 올해 새로 지정한 기념일 '로케트공업절'(11월29일)을 조용하게 보낼 전망이다. 이전처럼 신형 미사일 발사나 대규모 행사를 통한 시위 등과 같은 선전용 행사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로케트공업절'은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KN-22) 시험발사에 성공한 사실을 자축하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기념일로서 올해 북한이 펴낸 달력에 그 명칭이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그동안 '로케트공업절'에 대해 공식적으로 소개한 적이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올해 첫 '로케트공업절'을 성대하게 쇨 수 있도록 도별로 관련 부문 기관·기업소·단체들에 최대의 우대물자를 공급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이 있다며 대규모 행사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첫 '로케트공업절'을 맞아 대규모 행사나 무력시위 등을 하지 않는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커다란 변혁의 과정에 있으며,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국제적 비난을 초해할 행위는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인 노동신문은 28일자 지면에서 '로케트공업절'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다만 '무소속 대변지'를 표방하는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만 '11월이 말해주는 역사의 진리'란 제목의 27일자 기사에서 "지금도 사람들은 공화국(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더 높이 올려 세운 4년 전의 11월29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당시 '화성-15형' 시험발사를 거론했다.

이와 관련 대북 관측통들로부턴 "현재로선 북한이 '로케트공업절'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4년 전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평안남도 평성의 '화성-15형' 시험발사 현장에 "당과 조국을 위해 용감히 쏘라"는 김 총비서의 발사 명령서 문구와 "빛나라 위대한 힘 탄생시킨 만고불멸의 업적이여" 등의 글이 새겨진 기념비도 설치했다.

관측통들은 김 총비서나 다른 북한 고위 인사들이 2018년 7월 이 기념비가 설치된 현장을 다녀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북한 매체엔 이 같은 사실이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2018년 9월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 기념비를 방문했으나 김 총비서가 포함돼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관측통들 사이에선 "김 총비서가 올해 '로케트공업절'을 맞아 4년 전 '화성-15형' 발사 현장을 다시 찾거나 군부대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공개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 통일부 분석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올 들어 이달 16일 양강도 삼지연시 방문 보도까지 총 72회 공개 활동을 했지만 이 가운데 군부대 시찰은 1건도 없었다.

이를 두고 국내외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군사보다 경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란 해석과 함께 "북한이 의도적으로 김 총비서의 군부대 시찰 등 군사 관련 행보를 숨기고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에 따르면 북한이 4년 전 시험발사한 '화성-15형'의 사거리는 8500~1만3000㎞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이 미사일을 쐈을 때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단 얘기다.

북한은 '화성-15형' 시험발사 뒤엔 크기를 더 키운 신형 ICBM '화성-17형'을 만들어 작년 10월과 올 1월 열병식을 통해 공개하고, 지난달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 때도 전시했다.

관측통들은 북한이 올 1월 김 총비서 주재 제8차 노동당 대회 당시 "사거리 1만5000㎞의 ICBM 개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화성-17형'의 목표 사거리가 이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4년 전 '화성-15' 이후 ICBM급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해 아직 '화성-17형' 시험발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내달 2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번 주 방한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SCM 이후 나름의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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